[홍승희 칼럼] 아쉬운 정부 부동산대책
[홍승희 칼럼] 아쉬운 정부 부동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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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어느 정부든 부동산 문제와의 싸움을 해왔고 또 번번이 실패해왔다. 이번에 나온 대책 또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은 듯싶지만 부동산시장의 실세들은 뒤에서 음험한 비웃음을 날리고 있는 모양이다.

일단 정부 부동산 관련부처 관리들은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찾을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정권 차원에서는 시중 자금을 빨아먹으며 기형적 성장을 하고 금융시장까지 휘두르는 부동산시장을 다스리고 싶어 하지만 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돈 있는 자들’의 생리를 너무 모르거나 그 힘을 무시한다.

언뜻 보기에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내놓는다 싶어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국 돈 있는 부동산시장의 실세들에게 실질적 제약을 걸만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어설픈 규제들은 소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만 틀어막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 부과를 위한 소유기간 설정 따위는 장기적으로 보유해도 자금 측면에서 여력이 있는 투기세력에게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솜망치에 불과하다. 버티면 가격은 오를 테고 그 차익의 크기가 금융비용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니까.

이런 부동산 불패신화를 깨트리려면 그야말로 부동산을 애물단지로 만들어야 하지만 그 방식이 자칫하면 내 집 한 채 겨우 장만한 서민들만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그런데다 싸든 비싸든 집 한 칸 지니고 시세차익을 기대하던 재개발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가격상한제 따위로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 틀어 막히면 불만만 키울 뿐 떨어지는 가격에 매물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신규 매입자와 달리 대출금 상환부담이 없으니까.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어떤 투자보다 큰 가격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크다는 점이다. 그러니 분양가 규제는 오히려 더 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생산활동에 힘써야 할 기업들이 기업활동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투자에 더 열을 올린다는 점이다. 저금리시대에 별달리 투자처를 찾기 힘든 개인들 또한 손쉬운 부동산시장에 눈길이 쏠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문제는 단지 부동산대책만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여기서 한 발 물러나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부동산대책을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단독으로 아무리 마련해봐야 별 해답이 없는 문제임을 일단 전제하고 금융, 세금 등을 묶은 정부 종합대책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게 늘 헛다리짚는 대책들이라는 점이다.

기업은 소비자 니드를 먼저 생각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요즘 일본 기업들이 쇠퇴하는 이유의 하나로 장인정신에 너무 빠져서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는 점을 상기해봐도 그렇고 기술력만 믿는 벤처기업들의 생존확률이 낮은 이유를 생각해봐도 그렇다.

정부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정책을 펼칠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각각의 욕구를 살펴보면 정책이 펼쳐질 토대가 보일 것이다. 부동산대책은 일단 실수요자와 노후를 대비하는 투자자와 금융활용능력으로 손쉽게 큰 차익을 노리는 투기꾼 나아가 관련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과 지자체들까지 다양한 대상을 두루 살피며 각 주체별 욕구를 펼쳐놓고 살펴보는 일부터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업이 생산활동으로 얻는 수익보다 불로소득인 부동산투자 혹은 투기를 통해 얻는 수익이 더 높은 데 세금은 역으로 매겨진다면 당연히 기업활동보다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게 된다. 지난 정권에서 시작된 부동산임대사업자들에게 각종 세금감면이 이루어지면서 기업의 세부담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세금만 납부된다는 점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실상은 주택임대사업을 민간에 이양한 것부터 잘못된 일이다. 집 한 채 지닌 서민들이 집 일부를 세놓는 수준의 임대사업이야 불가피하지만 여러 채의 주택을 갖고 임대사업 하다가 가격이 폭등하면 처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 문제인 것이다.

주택 숫자는 부족하지 않은데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현실을 극복하는 길은 과연 없을까.

비싼 땅값을 극복할 방법으로 토지공개념의 확대와 지역개발의 차별화를 생각해보면 안 되는 일인가. 집값 비싼 지역에 정부 재정이 들어간 각종 편의시설이 몰려있는 현상을 보며 느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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