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CVC 설립 '시동'···한국판 '구글벤처스' 탄생하나
재계, CVC 설립 '시동'···한국판 '구글벤처스' 탄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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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민족최대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 납품대급을 조기에 집행하는 등 상생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각 사 제공)
 (사진=각 사 제공)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대기업 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완전자회사 형태로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대기업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와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LG, SK 그룹 등이 이번 규제 완화 이후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30일 정부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발표했다. 제한적 보유 요건에는 △CVC 펀드로 총수 일가 지분이 있는 회사에 투자하지 않을 것 △외부자금 의존율을 펀드 조성액의 40% 이내로 할 것 등이다. 이외 융자 등 주요 금융 업무도 금지했지만, 일단 대기업들은 CVC 통해 새로운 제품 및 기술 확보, 사업 다각화 등을 보다 다양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대기업 지주회사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등의 형태로 CVC를 설립 또는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인텔, 구글, 퀄컴, 시스코 등 대기업이 주도해 중소벤처기업과 상생구도를 만들기 위한 CVC 활동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CVC를 운영하는 기업수 역시 미국의 경우 이미 400여개 가까이 이르고, 일본, 영국, 중국 등도 수십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GV)'는 2009년 설립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5조4000억원(45억달러)의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받은 기업 가운데에는 세계적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인 '우버', 커피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 등이 있다. 

반면 국내 일반지주회사가 있는 28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CVC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는 롯데, CJ, 코오롱, IMM인베스트먼트 등 4곳에 불과하다. 이외 SK와 LG 등은 해외법인 형태로 CVC를 보유하고 있고, 지주사 체제가 아닌 삼성, 한화, 포스코는 계열사를 통해 CVC를 운영중이다. 이처럼 CVC를 지주회사 산하에 두지 못한채 계열사를 통해 운영해 온 이유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었다.

이번 규제 완화에 따른 법개정이 마무리되면 앞으로 지주체제 밖 계열사가 보유한 CVC를 지주회사 자회사로 두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주체제 밖 계열사가 보유한 CVC는 재무적 투자에 치중하게 되는 반면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둔 CVC는 전략적 투자에 힘을 쏟을 수 있다는 게 학계와 업계의 기대다. 일반 계열사 산하의 CVC는 경영 상황에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그룹 총수의 혁신 의지와 장기적인 투자 전략,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에 있어서는 지주사 밑에 이른바 '지속'된 CVC를 두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간 해외 법인 형태로만 CVC를 보유했던 LG그룹이 규제완화에 따른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및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그룹은 CVC 설립과 관련해 벤처캐피탈 업계로부터 자문을 구하고 있다.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장)이 실무를 지휘하고 있지만, 구광모 LG 회장의 관심 역시 상당히 높다는 후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취임한 직후 미국 실리콘밸리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란 이름의 CVC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AI·로봇·자율주행 등 18개 스타트업에 4,600만 달러(약 55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 2016년에는 국내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에 1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올해 5월 LG사이언스파크를 찾은 자리에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며 과감한 도전과 이를 통한 혁신기술 확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VC 업계는 조만간 LG그룹의 국내 CVC사업 관련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을 높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유망한 분야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는 수준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는게 LG그룹 측 입장이다.

이외 그간 해외법인 형태로 CVC를 운용해 온 SK 역시 국내 지주사 체제 내에 직접 CVC를 설립할지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백화점·센트럴시티 등 계열사로부터 자본금을 출자 받는 형태로 CVC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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