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생각보다 복잡한 한일관계
[홍승희 칼럼] 생각보다 복잡한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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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일 관계는 지난해 일본이 한국 경제의 양대 축의 하나인 반도체산업을 인질 삼아 저지른 경제공습으로 시작돼 여전히 불편한 상태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소재 3종의 수출에 제동을 걸고 한국에 대해 적용시키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킴으로써 한일관계에서 한국의 고삐를 쥐고자 시도한 일본과 그에 대해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당당히 맞서버린 한국이 여전히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물론 시작은 역사적 죄과를 제대로 사과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할 줄 모르는 일본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계속 식민지로 인식하고 만만히 취급하는 일본에 대해 원칙적 요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역대 한국 정부의 책임도 한몫을 했다.

처음에야 한국이 워낙 가난하고 힘도 없다보니 제몫을 챙기기 벅찼다고 하나 웬만큼 성장하고서도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던 패배감, 열패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잘못도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 한마디 하면 미리 고개 숙이고 기어들어가라고 아우성치는 국내 언론의 비겁한 병폐가 역대 정부들을 몰아붙인 과오도 있다.

이번 일본의 경제공습만 해도 초기에는 한국 정부가 일본 요구를 수용하라는 보수언론들의 성화가 만만치 않았다. 한국정부가 일본과 맞대응하고 나서자 기겁하며 한국경제 다 망할 듯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일본의 기세를 꺾지 못한다면 한국은 결코 일본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성장에 계속 발목을 잡고 한국의 미국이나 유럽 등 모든 국제관계에 가운데 끼어들며 훼방을 놓을 것이었다.

이제까지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미지는 일본이 왜곡시켜놓은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었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한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은 세계인들에게 변방의 하찮은 나라 취급을 면하기 어려웠다.

그런 한국이 일본과 당당히 맞서면서 세계인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정부의 매우 효과적인 대처로 인해 한국을 보는 세계인의 인식은 완벽히 바뀌어가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과 대통령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혁명 등을 통해 한국민의 민주화 열정을 보여주며 독재정권을 가진 후진국 인상에서 겨우 탈피했지만 여전히 가엾은 국민 취급당하던 한국이다. 아시아시장에서 시작돼 이제는 세계문화시장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영화, 대중음악, 드라마 등이 그런 한국을 새롭게 보게 만들긴 했다.

그러던 한국이 이제 확실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합당한 원칙을 내세우며 권리찾기에 나섰다. 작전통제권의 온전한 환수를 요구하고 그런 한국에 미국 역시 한반도 방위의 주축이 한국이 될 수 있도록 그간 국방분야에 걸어왔던 각종 규제를 하나씩 걷어내기 시작했다.

미사일 탄도중량 제한 해제, 고체연료 사용 승인 등. 아직 미사일 사거리 제한은 남아있지만 이 또한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현재 한국 정부는 자신하고 있다. 이런 틈에 한국의 무기생산능력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뛰어난 선박건조능력에 세계 최고수준의 IT기술력이 더해지며 잠수함을 비롯한 각종 군함건조 척수도 늘어나고 있고 항공모함 건조에도 나서고 있다. 장갑차도 이제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기 위해 도전 중이다. KFX 전투기 사업도 순항중이고 당장 핵무기 생산을 제외한 모든 무기에 도전 중인 한국이다.

그런 한국의 무력은 겨우 북한 무력을 억제하기 위한 수준은 진즉에 넘어섰다. 그래서 일본이나 중국도 바짝 신경 쓰는 듯하다.

중국 문제는 한국 단독으로 풀어갈 단계가 아니고 미국의 전략과 협력해야 할 일이지만 일본과는 현재 갈등 중인 문제 해결에 이런 무력수준이 나름 도움이 될 것이다. 독도분쟁은 이제까지 수준으로 대처해 나간다 해도 7광구 문제는 우리가 일본을 도발해볼 대상이 아닐까 싶다. 통째로 먹기 위해 양국공동개발의 시한이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는 일본이 기겁할 다소 무식한 도전을 도모해도 좋지 않을까. 그야말로 먼저 빨대를 꽂자는 거다. 이 기회에 한미관계에 늘 일본을 중간에 끼워 넣는 미국의 버릇도 좀 고쳐보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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