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산업기술 보호에 집중할 때
[홍승희 칼럼] 산업기술 보호에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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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에서 시작한 미`중간 갈등은 이제 갈수록 다방면에 걸친 미국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바뀌어가는 양상이다. 처음엔 화웨이를 미국 홀로 압박하던 데서 나아가 이제는 서구 국가 대다수가 미국에 동조하며 세계시장에서 이 회사를 고립시켜가고 있다.

반도체굴기를 주창하던 중국의 대표기업 화웨이 압박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중국산 제품으로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다가 아예 글로벌체인에서 중국을 끊어내려는 듯 미국기술 단 1%라도 들어간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하는 전세계 모든 기업의 미국수출을 금지하겠다는 단계로 들어섰다. 여기 더해 이번에는 청나라 말기에 발행됐던 국채의 상환을 요구할 계획이 나온다.

연리 5%짜리 100년도 더 된 채권의 상환액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그 채권의 규모가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를 넘어선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중국사에서의 정통성을 주장하려면 이 채권 상환을 거부할 수 없고 이 채권을 모두 상환할 경우엔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보일 전망이어서 중국 정부로서는 진퇴양난 상황에 놓인 셈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시작해 불과 30여년 만에 빈곤국에서 G2로 급성장하며 자신감이 충만해진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성급할 정도로 빠르게 전 세계 공략에 나섰다. 단순한 시장 공략을 넘어 무력 측면에서도 미국에 위협이 될 만큼 가파른 국방력 증강을 이루었다.

이런 힘을 또 거침없이 과시하며 주변국들과의 갈등을 이어갔다. 현재 일본이 실효지배중인 남중국해의 센카쿠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시시때때로 무력시위를 벌이고 암초를 보강해 인공섬을 만들며 지속적인 영유권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분쟁 중인 그 군도는 실상 일본이나 중국 어느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곳이고 단지 힘의 논리에 의해 판가름 날 수밖에 없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오히려 지리적으로는 대만이나 베트남 등 다른 주변국과 더 가깝다.

물론 미국은 이 분쟁에서 동맹국인 일본 편을 들고 있고 또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과도 남중국해에서의 분쟁에서 반중국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트럼프의 미국은 무력분쟁을 원하지도 않고 다른 나라간 분쟁에 훈수는 둘지언정 직접 국방력을 소모할 뜻은 없어 보인다.

다만 직접적인 무력행사는 자제하더라도 중국을 둘러싼 여러 나라를 하나의 벨트로 연결해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중국의 간보기식 행동에 무력시위로 답하기는 한다. 이런 미국에 대해 중국 역시 아직은 국방력에서 비교할 수준이 안 되는 만큼 직접적 충돌이 벌어질만한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중 압박이 트럼프의 당락 여부에 따라 대중국 압박이 달라질 것인가 인데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낙선하면 압박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모양이지만 지금 분위기가 단순히 트럼프의 변덕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들이 꽤 있다.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을 보다 중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인 과반수가 중국에 대한 압박에 지지를 보낸다는 여론조사 등으로 봐서는 중국이 낙관할 처지는 아닌 성 싶다.

중국 역시 당장의 미국 압력과 거기 더한 자연재해와 이로 인해 올해 말부터 예상되는 식량위기 등 여러 정치적 위험요소들이 중첩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기술력으로 이를 돌파하고자 필사적으로 나설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고립을 선언한 만큼 갑작스러 벨류체인에서 튕겨나가게 된 중국은 이를 어떻게든 자국내 기술력으로 버텨낼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술력이 갑작스레 상승하기는 어려우니 결국 기술인력을 외부로부터 수급하거나 외국의 기술을 합법적으로 구할 수 없으면 불법적으로라도 보충하기 위해 이제까지보다 더 적극성을 띨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래왔듯 가장 만만한 상대로 대한민국 기술 탈취 및 기술인력 빼가기가 왕성해질 게 눈에 보인다.

이제부터 산업기술을 지키고 기술인력을 지키는 일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치르는 일로 여기고 기업은 기업대로 노력해야 하지만 국가적으로도 법률적 정비를 새롭게 하고 전시에 준하는 엄격한 법적용 방법 등에 대해 연구 검토해야 한다. 전염병 방역을 전쟁 치르듯 해냄으로써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나은 결과를 얻었듯 기술 지키기에도 그런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시기다. 중국이 다급해져 있기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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