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덜미···공정위, 박삼구 고발 (종합)
금호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덜미···공정위, 박삼구 고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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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사업권·BW인수 일괄거래···계열사에 저리자금 대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에 가담한 금호고속을 비롯한 총 10개사에 시정명령 및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자료=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에 가담한 금호고속을 비롯한 총 10개사에 시정명령 및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자료=공정위)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경영권 회복 목적으로 계열사들을 동원해 지배구조 정점 역할을 하는 금호고속을 부당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검찰 조사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에 가담한 금호고속을 비롯한 총 10개사에 시정명령 및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를 직접 지시 및 관여해 이익을 취한 박 전 회장과 박홍식·윤병철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고발할 방침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박 전 회장의 지시로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는 금호고속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중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주면 그 대가로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넘겼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자산총액이 17조6000억원(올해 5월 기준)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금호고속이 금호산업을 통해 27개 전 계열사를 거느리고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계열사로는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에어서울, 금호리조트 등이 있다.

◇ "기내식 독점 계약권 줄테니 BW 인수해라"

박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 2010년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등으로 주요 핵심 계열사가 채권단 관리 하에 놓여지면서 총수일가의 그룹 장악력이 약화되자 금호고속을 통한 핵심 계열사 인수로 지배력을 강화키로 했다.

그러나 금호고속은 당시 재무상태가 열약해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핵심계열사 인수를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이에 주력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매개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쉽게 말해 금호고속이 발행한 BW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계약을 맺는 '일괄거래' 방식이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전략경영실(금호산업 지주사업부 소속)은 2015년부터 해외 투자 자문업체를 통해 다수의 해외 기내식 공급업체들에게 이 같은 조건을 제안했고, 스위스 '게이트 그룹'이 이를 수락하게 된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12월 게이트그룹에 30년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줬고, 게이트그룹은 2017년 3∼4월, 만기 1·2·20년의 금호고속 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금호고속 BW 금리(0%)는 정상 금리(3.77, 3.8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게이트그룹은 기내식 사업권과 BW 인수의 일괄거래를 협상하면서 배임 등 법적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본계약에서는 이를 제외했다. 그러면서 은밀한 부속계약 형태로 'BW 계약의 불성립·해지 시 기내식 계약도 해지된다'는 결부조건을 달았다. 이를 통해 금호고속은 162억원 상당의 경제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8년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 같은 자금 조달을 위해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했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K)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금호홀딩스 BW 인수 요구를 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게이트그룹에 기내식 사업권이 넘어갔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계열사 저리자금 대여 기록지. (자료=공정위)
계열사 저리자금 대여 기록지. (자료=공정위)

◇ 계열사도 동원···금호고속에 저리 자금 대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이 같은 일괄거래 지연으로 금호고속 자금 사정이 급박해지자 계열사들을 시켜 금호고속에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게 했다.

여기에 가담한 계열사들은 금호산업, 아시아나에어,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에어부산,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세이버, 금호리조트, 에어서울 등 9개사다. 이들은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1.5∼4.5%의 저금리로 금호고속에 신용 대여했다. 이 가운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협력업체를 이용해 8차례 총 280억원의 자금을 우회적으로 금호고속에 대여키도 했다.

공정위는 자금 여력이 없는 영세 협력업체에 선급금 명목으로 돈을 준 뒤, 협력업체가 이를 그대로 금호고속에 빌려준 것으로 봤다. 협력업체들은 금호고속과 협의 없이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이 정한 조건에 따랐을 뿐이며 일부 협력업체는 계약서에 직접 서명·날인한 사실조차도 없었다.

이를 통해 금호고속은 정상금리(3.49∼5.75%)와의 차이에 해당하는 총 7억2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금호고속은 위와 같은 부당행위로 약 169억원 상당의 금리 차익을 얻었고, 박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 최소 77억원과 결산 배당금 2억5000만원을 챙겼다. 금호고속이 계열사 지원으로 자금을 마련함으로써 금호산업, 금호터미널, 구 금호고속 등 핵심 계열사를 인수해 총수일가 지배력이 강화됐고 경영권 승계 토대도 마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총수일가가 그룹 재건 및 경영권 회복 목적으로 지배력을 확장한 사례를 시정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제3의 기업·그룹을 매개로 기업집단 내 내부거래가 우회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내역. (자료=공정위)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내역. (자료=공정위)

이에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공정위 전원회의 과정에서 위와 같은 거래가 정상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이같은 결정을 받아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룹은 "각 자금대차 거래는 적정 금리 수준으로 이뤄졌으며 짧은 기간 일시적인 자금 차입 후 상환된 것으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동일인 또는 그룹 차원의 지시, 관여에 따른 행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기내식 독점 계약 및 BW인수와 관련해서도 "게이트그룹을 인수한 하이난 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각자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정상적인 거래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기존 기내식 거래업체였던 LSGK와의 계약기간 종료에 따라 우수한 기내식 제조 능력을 갖춘 GGK와의 기내식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LSGK와의 15년 계약기간 중 발생한 신뢰 훼손 및 향후 기내식 품질 개선, 비용 절감 등을 고려한 정상적인 경영판단의 결과였다는 게 그룹 측 주장이다. 

아울러 "서울남부지검에서 기내식 관련 배임 혐의 등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고, 서울중앙지법은 LSGK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승소 판결을 내리는 등 이미 사법기관이 동일 사안에 대해 무혐의 취지로 판단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무리한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 측은 향후 공정위에서 정식 의결서를 송달받은 뒤 내용을 상세히 검토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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