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분야에는 여러 규제가 적용되며 이를 전담하는 기관들도 존재한다. 주식시장만 보더라도 세력이 주가를 움직였다는 표현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잊어버릴 만하면 금융기관의 내부자거래도 기사화된다. 때문에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만들어진 목적도 투자자 보호와 증권거래의 공정성 확보였으며, 이는 국내에서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공공이 특정 부분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에 따른 사회적인 폐해 등이 명확한데도 시장에서 자정되지 못하면서 나타난다. 이는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연결된다. 최근 논란이었던 부동산감독원과 이를 축소한 부동산거래분석원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치 금융 분야의 감독기관처럼 부동산을 전담하는 감독기구를 별도로 설치한다는 것이,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투기 세력 등에 의해서 왜곡됐다는 것을 전제한 것일 수 있다. 불법과 탈법, 위법사항 등이 시장에 만연했으니 전담기구를 통해 이를 바로잡는다면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감독기구의 설치에 필요한 근거를 먼저 보강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8월에 제시된 전국 고가주택거래의 의심 사례들을 부동산시장에서의 조작과 폐해가 극심하다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의심 사례 전부를 불법으로 간주하더라도 이들 건수가 해당 시기의 전국 부동산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또한, 일부 금융기관이 주택근저당권부 대부채권을 담보로 삼아 LTV 규제를 우회했던 편법은 이번을 기점으로 행정지도 등이 이뤄질 것이기에 다음에 재발할 우려는 극히 낮다. 그리고 온라인카페에서 집값을 담합했다는 것 등은 너무 미미한 사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증여세를 회피한 증여나 탈법, 불법대출 같은 사안이 지금 부동산매매시장의 주류라고 증명하기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그 때문에 기존의 감독부처·부서들의 규모와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유도한다는 논리가 현실에서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감독기구의 운영방식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가령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던 감독기능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기대는 이상론에 그칠 수 있다. 왜냐하면 종전에는 각 부서에서 커버하던 작거나 단발적인 사안을 막상 통합조직에서는 놓치는 경우가 실무에서는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러 관련 부처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운영하는 방식은 여러 장점이 있고 외부홍보에도 긍정적이다. 그런데 공공부문에서는 이들에 실적인정과 배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실무에서도 원대복귀가 예정된 인력들에 사전에 계획된 보상체계가 없다면 파견된 곳에 대한 업무 충성도가 뒤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독기구가 설립되더라도 운영성과가 한정적일 양상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맥락으로는 공공부문의 숙명처럼, 단기적으로는 주요 지역과 고가주택, 투기과열지구 등을 중점 삼아 기관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실적 만들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그것이다. 하지만 동 기관의 주기능이 부동산시장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이라면 장기적으로는 적발건수 같은 구체적 성과의 비중은 달라질 것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부동산 감독기구의 설치에 앞서 단순히 근거법령 등의 입법이 아닌 사회적 필요와 효용성에 대한 폭넓은 검토와 근거마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준비단계부터 일반의 호응을 얻고 인식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면, 기구의 설립과 무관하게 논의과정 자체로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