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글로벌 투자의 함정
[홍승희 칼럼] 글로벌 투자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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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차의 퇴조가 점차 대세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수소차와 전기차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수소차는 니콜라, 전기차는 테슬라가 미래차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니콜라가 최근 계속해서 사기설에 휘말리며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큰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 니콜라로 인해 국내 기업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지를 연료로 한 대형화물차의 상용화에 나선 현대자동차는 니콜라 사태로 당분간의 시장 독점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는 반면 니콜라에 큰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한화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해외수출 등 여러 면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미래차 부문에서는 투자실책을 범한 게 아닌가 싶다.

아직 니콜라 사태의 진상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어서 속단하긴 이를 수도 있지만 일단 현재 주가동향으로 볼 때 성공적 투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직접 개발, 생산하는 입장이 아닌 투자일 경우 이런 수준의 실패는 종종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의욕적으로 진출한 투자에서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투자대상국의 정치환경에 따라서도 이런 리스크는 항존한다. 한동안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국내 기업들이 줄지어 투자를 늘려가던 베트남 같은 경우 올해들어 그 투자열기가 확 빠지는 현상도 집중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염려한 결과일 것이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제한조치로 리스크 관리에 경각심을 갖게 된 국내기업들이 베트남 내에서 일고 있는 여러 불안정한 정황들에 긴장, 생산기지를 여러 나라로 분산시키려는 자세로 전환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당장 베트남 총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던 삼성전자에 대해서조차 냉정한 태도를 보이며 일본의 투자에 더 기대를 거는 모습에 집중 투자의 위험성이 감지됐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코로나 발병 초기 한국에 대해 적대적일만큼 빠른 입국제한 조치가 내려지고 한동안 베트남 유투브 등에서는 이제 삼성 없어도 잘 할 수 있다는 등 현실성 낮은 자부심을 보이며 반한감정을 부추기기도 했다. 중국투자기업들에 대한 트럼프의 탈 중국 요구에 베트남이 갑자기 자신감이 폭발한 것이다. 중국철수 글로벌 기업들이 죄다 베트남을 선택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베트남의 표변에 당황하기도 전에 한국기업들의 집중적인 투자로 베트남이 급성장하는 모습을 본 여타의 아시안 국가들이 한국기업 유치에 보다 적극성을 띠며 각종 혜택을 제안해 오는 상황도 기업들로 하여금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했을 터다. 인도네시아의 투자청장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급히 한국을 찾은 이유도 많은 나라들을 두고 투자처를 고르는 한국기업 유치에 다급해 하는 반증일 것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다 그렇겠지만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까지 다소 서툰 행보를 보였으나 한`일경제전쟁과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글로벌 경영의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해가는 모습이다. 물론 한국정부의 백업도 예전에 비해 매우 매끄럽게 진행되며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상품생산의 복잡성에 따라 생산국을 나눔으로써 생산국 분산을 도모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고급사양 휴대폰의 생산국과 낮은 사양의 생산국을 나눔으로써 투자국 수를 늘린다는 소식도 나왔다.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해외투자에 상당히 숙련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큰 걱정은 없다. 그런데 최근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진 해외기업들이 국내 중소기업들을 그야말로 먹어치우는 식의 기업사냥을 많이 하면서 업종 독과점을 향해 가는 게 아닌가 싶은 분야들이 나타난다. 이런 먹튀를 노린 기업들은 국내 노동시장에도 심각한 교란을 일으켜 관계당국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은 소식 하나는 국내 몇 개 동종기업을 매수한 해외기업이 매수 기업 직원을 90%나 권고사직 형태로 해고하려 한다는 말도 들었다.

글로벌기업이야 국내에서 해외로도 나가지만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기도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국내기업 해외진출시 발생하는 문제는 기업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겠지만 해외기업의 국내진입시 발생하는 문제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노동자 문제가 따른다. 먹튀도 문제지만 노동자의 문제도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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