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일본의 침몰?
[홍승희 칼럼] 일본의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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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상에서는 일본의 침몰이 꽤 흥미 있는 주제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그 침몰이 전혀 다른 두 갈래로 나타난다.

그 하나는 지리적 침몰을 예고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경제적 침몰을 예상하는 것이다. 지리적 침몰에 대한 과학적 전망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진과 화산폭발로 인해 일본 열도의 많은 부분이 물에 잠길할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지리적 위치나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지각변동의 징조 등으로 볼 때 그럴 듯하다. 특히 일본에서 근래 들어 원인 파악이 안 되는 심한 악취가 보고되는 지역이 늘고 있는 등 여러 지진의 전조증상들이 보인다고 해서 일본 현지에서도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자살자가 급증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심한 경우 30년 이내에 일본 열도의 3분의 2가 가라앉을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니 두려울 법도 하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느끼는 불안과는 다르게 우리로서는 대지진으로 일본 땅이 가라앉는 것보다 지난번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까봐 걱정스럽다.

그동안 가동을 중단했던 원전 하나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는 일본 정부 발표는 그런 걱정이 단지 기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이번 재가동 결정이 내려진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보다도 대형지진 진앙지로부터 더 가깝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직 인류가 예방할 수단도 없는 지진이나 화산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보다 당장 우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본의 경제적 침몰에 더 주목하게 된다. 한때 세계 2위의 국력을 가졌던 일본 정도 되는 나라가 한두 해 사이에 급격히 몰락하지는 않으리라 여겨지지만 이미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이어져온 경기침체 끝에 이번 팬데믹과 같은 돌발 변수가 출현함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추락을 겪을 위험은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기형적 금융정책 그리고 근래 들어 두드러져 보이는 정치시스템 등은 일본 침몰설에 동조할 수 있게 만든다. 게다가 기간산업조차 민영화 시킨 과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가 시설의 시의적절한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사례들이나 막강했던 국부의 증가에 비해 국민 개개인은 그만한 부를 누리지 못했던 일본식 경제체제의 부작용이 사회 문화 전반의 무기력증 확산을 초래한 것으로 읽히는 각종 현상들도 일본 침몰 예언들을 수긍하게 돕는다.

대다수가 알고 있듯 현재 일본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보다 경기부양에 더 목을 매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과도한 정부부채로 재정 여력이 없는 현실에서 오는 초조감 때문일 수 있다.

필자가 지난해 초 가본 도쿄는 외형상 1980년대 초와 크게 달라진 게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지난 30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듯했다. 과거 감탄을 자아냈던 도쿄 지하철은 발전된 구석을 찾기 어려웠고 환승구간 등에서는 민영화의 부작용으로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도 보였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의 분위기는 30년 사이에 확연히 달라 보였다. 예전엔 생기가 넘치던 도시였으나 지난해 도쿄는 마치 좀비들의 영역으로 변한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시민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은 좀 섬뜩했다.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부흥하고 있다던 지난해 초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가 침몰하고 있다는 예시들은 이것저것 제기되고 있지만 이미 컨트롤 수준을 뛰어넘은 과도한 정부 부채로 인해 현재 일본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동안 남발해온 국채발행의 핑계 중 하나는 일본 엔화가 미 달러화와 더불어 기축통화라는 자만이었으나 정부가 통화정책마저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 정도로 부채규모가 커지면서 더 이상 국채발행을 확대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일본 내의 각종 문제들은 정부를 무능하게 만들거나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그런 정치적 위기는 종종 한국을 향한 공격으로 이어져 온 것이 이제까지의 역사다.

더구나 요즘처럼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잘 나가고 있고 일본은 뒷걸음질 치기에 바빠 한국이 앞지른 일부 분야들이 아니어도 어느 결에 경제 전반에서 일본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면 일본 내부 사정으로 인한 불안, 초조를 화풀이하듯 한국에 쏟아 부으려 들 수 있어 꽤 성가신 일들이 늘어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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