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전세대출 100조 돌파···당국, 관리안 '골머리'
전세난에 전세대출 100조 돌파···당국, 관리안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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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올해 증가폭 20조
전셋값 폭등에 대출 수요 급증 '지속'
리스크 관리vs실수요 감안 '딜레마'
서울 여의도 아파트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역대 최악의 전세난과 전셋값 폭등으로 전세대출이 폭증할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섣불리 규제안을 꺼내들었다가 당장 전세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나 서민들한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으론, 전세대출의 대부분이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의 보증부 대출인 만큼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전세대출 증가세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01조682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9980억원) 대비 1조8791억원 증가한 규모로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전세대출을 '갭투자' 활용 자금으로 규정하고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을 통해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했음에도 올해 들어서만 약 20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81조3058억원이었다.

특히, 지난달 전세대출 증가를 견인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지난달 전세대출 잔액은 18조8056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558억원(9.7%) 늘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전세대출이 전월 대비 각각 1.64%, 0.45%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폭증세다.

우리은행에서 유독 대출이 많이 나간 원인으로는 저금리, 전세값 상승 등이 꼽힌다. 특히, 전세대출(주금공 보증) 금리를 살펴보면 지난달 기준 우리은행이 2.19%로 NH농협은행(2.54%), 하나은행(2.45%), KB국민은행(2.40%), 신한은행(2.38%)보다 낮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전세값이 많이 올라서 수요가 몰린 것일 수도 있고, 저희 전세대출 금리가 저렴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나홀로' 폭증세를 제외하고서라도 올해 은행권 전세대출 증가 규모는 주목할 만한 수준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은행권은 전세난, 전세값 폭등 등으로 향후 전세대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91.1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8월 193.7을 기록한 이후 1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알 수 있는 지표로 1~200 사이 숫자로 표현되며 높을수록 전세 매물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전셋값도 크게 올랐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 변동률은 전주보다 0.04%p 상승한 0.55%를 기록했다. 2011년 9월 12일(0.6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연히 전세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의 일반 소득은 그만큼 많이 올라가지 않으니까 대출을 더 받을 수밖에 없고, 전세금이 5억일 때와 10억일 때 빌릴 수 있는 액수 자체가 달라진다"며 "전세가격이 많이 올라 앞으로 전세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증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공개한 '제2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10월 14일 개최)'에 따르면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전세가격 상승은 전세자금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가계부채 문제를 부각시킨다"며 "전세자금 대출 대부분이 보증부 대출인 점을 고려하면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문제를 넘어 정부의 재정부담과 연관된 이슈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관리안을 꺼내들지는 미지수다. 저금리 전세대출을 활용해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실수요층과 서민층에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실제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권 전세대출 총량 증감 추이를 살펴보는 수준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신용대출 폭증과 같은 사례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특정 은행에서 전세대출이 폭증할 경우 당국 차원에서 들여다볼 여지는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전체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은행별로 상세히 나눠서 보고 있진 않지만 전세대출이 요즘 많이 나간다는 얘기는 듣고 있다"며 "전세대출은 들어가는 사람(세입자)한테 주는 자금이니까 실수요이기도 하고, 신용대출처럼 관리하는 게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특정 은행에서 특히 많이 늘어나거나 했다면 앞으로 보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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