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검찰개혁은 어디로 가고
[데스크 칼럼] 검찰개혁은 어디로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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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 안회가 시장에 갔다 한 포목점 가게에서 손님과 주인이 다투고 있는 것을 봤다. 내용을 보니 3곱하기 8은 24, 그래서 가격은 24전인데 손님은 23전이라 우겨 둘 사이에 시비가 붙은 것이다.

안희가 물건 값은 24전인데 왜 그리 주장하냐 물으니 손님은 도리는 오직 공자가 아는 데 왜 끼어드느냐 오히려 핀잔을 준다. 그는 자기가 틀리면 목숨을 걸겠다 하자 안희는 관(冠)을 내놓겠다 하고 공자에게 간다.

자초지종을 들은 공자는 웃으며 안회에게 말했다. “자네가 졌으니 그에게 관을 내주게.”

손님은 관을 받고 의기양양에게 떠났다. 안회는 크게 실망했다. 스승 공자가 나이가 들어 판단력을 잃은 게 아닌가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 속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공자는 안회에게 殺人不明勿動手(명확치 않고서는 함부로 살인하지 마라)라는 말을 전한다.

안회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깜깜한 밤. 방문을 열고 더듬으니 아내 옆에 한 사람이 더 있어 분노가 치밀었다. 보검을 갖고 내리치려던 순간, 공자가 말한 것이 생각나 상황을 좀더 파악해 보니 아내 옆에 자고 있는 사람은 누이동생이었다.

다음날 바로 공자를 찾아간 안회에게 공자는 손님 편을 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 자는 자네에게 목숨을 내줘야 하는 상황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안회는 이때 자신이 사소한 ‘시비’에 보다 중요한 ‘대의’를 놓친 것을 깨달았다. 이후 안회는 공자 옆에 죽을 때까지 지키고 그의 가르침을 따랐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다툼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니편 내편 갈라지고 검사들 내부에서도 총장 직무정지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직무정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앞두고 있고 오는 1일 외부위원이 참석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다음 날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린다.

법원의 직무정지에 대한 판단이 어찌 나올 지 주목되는 가운데 정무직과 특정직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두 수장의 다툼은 여야 대리전으로 치닫고 더 험해지고 있다.

급기야 둘 다 자르란 여당 내 일각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편하기만 하다.

이 다툼에 검찰개혁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 한다. 윤 총장을 자르는 것이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란 주장도 나오지만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등 수많은 정권 수사가 유야무야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의혹의 시선은 더욱 커진다. 명확성이 사라지면 의심은 계속된다.

여권이라 해 트라우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 개혁의 꿈을 과거 이루지 못하고 절치부심 끝에 정권을 잡았으니 이번엔 어떤 식으로든 해야 한다는 의욕이 앞서 보인다. 하지만 그 의욕도 어디까지나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절차 등이 수긍이 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돼야지 권력 싸움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더욱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신뢰하고 뽑은 상황으로 국민이 인식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는 몇가지 이유들을 들고 내친다 하니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검찰개혁은 검찰이 그 누구 편도 아니고 국민 편에 서서 여야 정권 눈치를 살피지 않고 국민적 의혹에 대해 공명정대하게 수사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윤 총장의 내침과 검찰 개혁의 연관성이 명확하고 철저해야만 총장의 직무정지와 징계 등에 대해 국민 이해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차라리 검찰개혁과 윤 총장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인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 서점에서 안회 사례를 읽으며 ‘자기를 누르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라는 공자의 말씀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 구도와 세간의 이슈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한해가 지나는 시점에 필자 또한 수양이 미흡하고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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