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에너지] 지는 '정유' 뜨는 '신재생'···에너지 '대전환'
[2020결산/에너지] 지는 '정유' 뜨는 '신재생'···에너지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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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2020년은 명실상부 '에너지 전환'의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1년 내내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이동과 공장 가동이 줄어들면서 기존의 화석연료 사용은 줄어든 반면 환경이 강조돼 탄소중립·ESG경영 등에 의한 신재생에너지 활용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1분기부터 사상 최악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4조8073억원 적자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은 전 세계의 생산활동을 멈추게 했다. 공장은 기계 가동이 멈췄고, 자연스럽게 자동차·배·비행기 등의 물류운송도 중단됐다. 정유 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고, 급기야 원유가 남아돌면서 한 때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연 평균 배럴당 63.5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3~4월 10달러대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유(WTI) 5월물 가격은 사상 최초로 -3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엔 OPEC+의 감산 합의 경기부양 기대감 등으로 회복됐으나 코로나19 지속·재확산 등 우려로 예년보다 20% 가량 낮은 40달러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 정유업계, 생존 위해 수익 산업 다변화

정유 제품이 남아돌면서 정제마진도 급락해 지난 2월 2주 손익분기점인 4달러를 기록한 이후 근처에도 못 가고 있다.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를 보자 정유사들은 공장 가동률을 지난 10월 기준 71.6%까지 낮췄다. 면 적자인 상황이 길어지자 정유사들은 수익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을 내놓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기존 석유화학사업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온실가스 등 그린 이슈에 대응해 혁신모멘텀으로 활용, 2030년까지 밸런스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지만 글로벌 생사 거점을 빠르게 확대하며 최근 글로벌 점유율 5.5%로 5위를 차지했다.

GS칼텍스는 주유소를 휘발유·경유 뿐만 아닌 전기·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충전할 수 있는 미래형 주유소 브랜드 '에너지플러스'를 선보였다. 에너지플러스는 기존 주유소의 역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동차·전동킥보드 등 모빌리티 공유 인프라, 드론 배송, 편의점 등 편의시설도 결합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원유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올레핀 HPC공장이 완공됨에 따라 원유 정제 부산물을 활용,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인도 윤활유 기업인 걸프오일윤활유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 브랜드인 'S-OIL SEVEN'을 인도 현지에서 제조·판매했다. 이를 통해 윤활기유 사업에서 올해 3분기 누적 31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다.

◇ 정부·기업의 친환경 전환···급성장한 신재생에너지

반대로 신재생에너지는 정부의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수소경제 등에 힘입어 명실상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 대대적인 전환 국면을 맞게 됐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태양광 설비 보급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에너지공단보급사업 기준 3.2GW였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태양광설비는 처음으로 4GW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설비 보급은 2016년 0.9GW에서 2017년 1.3GW, 2018년 2.3GW, 2019년 3.7GW로 점차 확대돼왔다.

태양광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자 패널을 생산하는 한화솔루션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5년 태양광 기반 에너지 사업에서 12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내놨다.

한화큐셀이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소를 만들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한화큐셀이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소를 만들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풍력발전도 그동안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정부-지자체의 해상풍력단지 조성 사업이 시작되면서 보급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라북도는 2.4GW 규모 '서남해 해상풍력 프로젝트 2~3단계'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과 울산도 각각 1.6GW, 1.5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12GW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수소는 올해 정부가 수소법을 제정하고, 수소발전 의무제(HPS) 등 수소경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수의 대기업이 참여, 시장이 빠르게 커졌다.

이미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한 현대차를 필두로 SK그룹이 수소 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수소 생산·유통·공급의 밸류체인을 완성하기로 했고,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수소는 주로 천연가스(LNG)를 개질해서 생산하는데 그 과정에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지적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화솔루션과 두산중공업의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물에 흘려 수소를 생산·저장하는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화석연료와 관련된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반대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정유, 철강 회사들은 친환경 설비투자를 진행중"이라며 "정부의 정책과 정책의 움직임에 발맞춘 기업들의 친환경 설비 투자로 관련 회사들에 대한 자금 유입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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