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는데 신용대출 조이자···12월 은행채 발행 '마이너스'
금리 오르는데 신용대출 조이자···12월 은행채 발행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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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금리 올라 조달비용 상승···LCR규제도 여유
5대은행 12월 신용대출 증가 2395억원 '95%↓'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급증하던 은행채 발행이 이달 들어 크게 감소했다. 은행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조달비용이 늘었고, 수익성을 우려한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은행의 전방위적인 신용대출 조이기에 대출 수요가 급감한 것도 일부 영향을 줬다는 시각이다.

31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30일까지의 은행채 순발행액은 마이너스(-)9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회사채 발행 규모가 상환 규모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이 4조83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새 발행 규모가 크게 쪼그라든 셈이다.

이는 전반적으로 올해 은행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 대비 크게 증가한 것과도 대비된다. 올해 은행채 발행 규모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이번달이 처음이다. 그동안 은행채는 저금리 기조로 조달비용이 크게 낮아진 데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 대비해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쌓으려는 은행들의 수요가 겹치면서 급격히 늘었다.

실제 올해 은행채 발행 규모는 17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134조9100억원) 대비 28.8% 증가했다. 순발행액 기준으로 비교하면 지난해 6조9282억원에서 올해 44조41억원으로 약 6.4배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은행채 발행 규모가 급감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은행채의 기본이 되는 국채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올랐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최근 국채금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 경기부양책 확대 기대감과 백신 개발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기준 국고채 금리(1·3·5·10년물)는 미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2일과 비교해 모두 0.7~11bp(1bp=0.01%p) 가량 상승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완화 조치를 내년 3월까지로 연장하면서 자금조달 계획에 여유가 생긴 것도 한몫했다. 자금조달이 시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은행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LCR은 한 달 내 빠져나갈 현금 순유출에 대응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를 보여주는 은행의 건전성 지표다. 은행들은 LCR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맞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기예금 특판 등을 통해 수신액을 늘리거나 은행채를 발행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은행들이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여력을 마련할 수 있도록 LCR 규제를 100%에서 85%로 완화했다. 해당 조치는 내년 3월 완료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내년 3월까지 LCR 규제에 대한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 대부분 지난 3분기까지 많이 떨어졌던 LCR 비율도 많이 올라왔고 시기상으로도 여유가 있다"며 "지금 당장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라면 특판이라도 할텐데 일단 그런 상황이 아니고, 국채금리가 오르는 추세라서 굳이 비싸게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이 이달 들어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한 것도 은행채 발행 감소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은행들이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이나 비대면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대출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실제 지난 11월 한 달간 4조8495억원을 기록했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액은 12월(1~30일) 2395억원으로 급감했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다 보니 은행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요인이 줄어든 것이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은행들은 1년을 기준으로 자금계획을 세워놓고 그때그때 수요에 맞춰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단순히 대출규제가 강화됐다고 해서 바로 은행채가 감소되거나 하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11월에 비해 확실히 12월 들어 신용대출을 통제하면서 원래 몇조원씩이었던 대출 증가분이 지금은 몇천억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에 자금 수요가 많이 줄어든 것은 맞고, 그런 점에서 (은행채 발행 감소에) 대출규제 영향이 일부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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