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역설下] 강남권 분양엔 '서민 주거안정' 없었다
[분양가상한제 역설下] 강남권 분양엔 '서민 주거안정'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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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3차', '성내미주' 상한제 강남아파트 분양가
시세 쫓아가기 바뻐···6년 새 매매가 2~3배 올라
서민과 무관한 10억 현금 보유한 '돈 잔치' 퇴색
서울의 한 신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의 한 신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서울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의 분양가격을 두고 온갖 말들이 쏟아진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3.3㎡당 5668만원으로 분양가상한제 내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하며 10억원 이상 현금을 보유한 이들의 '돈 잔치'로 치뤄질 전망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상한제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서초구청으로부터 3.3㎡당 5668만6349원의 분양가를 승인받았다. 이는 지난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산정했던 분양가 4891만원보다 778만원(16%)이 높다. 국토부는 특별건축구역 가산비, 지가 상승분 등이 반영된 결과라며 HUG 분양가 심사와 직접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는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런 가격 규제 정책을 도입했다. 또한 상한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택공급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주변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분양가를 적절히 규제함으로써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현실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상한제 시행 시 HUG 분양가 심사를 통한 가격과 비교해 5~10%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상한제 분양가 평가 중 땅값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진행하는데, 지난 2015년 민간택지 상한제가 사라지기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 표준지 공시지가는 60% 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민간아파트 분양가격도 36% 이상 뛰었다.

더욱이 초기 상한제를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시세를 쫓아가기 바쁘다. 지난 2014년 강남권에서 상한제 재건축 아파트로 마지막 분양을 개시했던 '래미안 서초에스티지'(옛 우성3차)는 3.3㎡당 평균 3114만원으로 분양됐다. 그러나 현재 전용 59㎡ 매매 시세(직방 기준)는 3.3㎡당 7350만원, 분양가의 236% 수준이다. 서초동 평균(6163만원)보다도 높다. 명일동 '성내올림픽파크한양수자인'(옛 성내미주) 역시 같은 기간 1577만원의 분양가에서 현재 59㎡ 기준 매매가는 5000만원을 넘어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끓는 냄비(시세)에다 '한 컵, 한 방울의 물'(낮은 분양가)을 넣는다고 해서 물이 차가워지지 않는다"라며 "실제 서울 내 수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분양 물량이 들어가는 형태가 아니고서 서울의 집값을 낮추기는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민 주거안정과도 거리가 멀다. HUG의 분양보증 기준을 제외하더라도 상한제를 통해 래미안원베일리는 인근 3.3㎡당 9394~1억1212만원에 달하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다.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최대 13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는 '로또아파트'이지만,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래미안원베일리는 모든 평형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대출은 불가하다. 또 입주 시점에 시세가 15억원을 넘어설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아 대출 없이 모든 분양가격을 현금으로 대체해야만 한다. 1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할 수 있는 서민은 없다. 게다가 가구수도 224가구에 불과해 래미안원베일리 역시 60점대 후반의 높은 가점은 물론 경쟁률 수백대 1의 '청약 광풍'이 예상된다.

다만, 강남권의 경우 '서민 주거안정 도모'보다는 '시세 안정'에 조금 더 의의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강남권, 특히 한강변의 경우 평당(3.3㎡당)가가 3000만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생애최초 특별공급, 집단대출 등에서 제외되는 부분도 있다 보니 시세 차익이 눈에 보인다고 해도 서민들은 접근이 어려운 것이 맞다"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분양시장은 무주택 수요자들로 개편된 시장이기도 하고, 기회가 확대된다고 해도 들어올 수 있는 이들은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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