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 외쳐봐야···발목 잡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혁신금융 외쳐봐야···발목 잡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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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빅테크 네이버·카카오, 마이데이터 진출 희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 모호하고 형평성 논란도
금융위, '심사중단제도' 개선 계획···기약 없어 '답답'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왼쪽 세번째)가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지난해 6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준비중인 빅테크 네이버와 카카오의 희비가 엇갈렸다. 대주주 리스크 해소 여부가 두 빅테크의 마이데이터 진출 명암을 갈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대주주 미래에셋대우의 지분율을 10% 이하로 줄이면서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반면, 카카오페이는 2대주주인 중국 앤트파이낸셜의 중국 내 제재 사실 확인이 늦어지면서 예비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디지털 가속화로 혁신서비스 개발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어서다.

특히, 혁신금융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이 정작 신사업 인허가 심사 시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서 기업의 혁신금융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페이에 대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를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페이 지분 43.9%를 보유한 2대주주 앤트파이낸셜의 중국 내 제재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용정보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신청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소송중이거나 감독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심사가 중단된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해 10월 요건 미충족 등을 이유로 앤트파이낸셜의 상장(IPO)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한국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 측에 앤트파이낸셜이 실제 중국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답변이 늦어지면서 자료 제출이 지연됐고, 결국 카카오페이에 대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도 잠정 보류됐다.

카카오페이가 마이데이터 본허가 시한인 다음달 4일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일이 아니다 보니까 당연히 우선 순위로 두지 않을 거고, 폐쇄적인 중국 특성상 답변이 제대로 올지도 미지수"라며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4일까지 본허가를 받지 못하면 카카오페이는 당분간 마이데이터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마이데이터와 같은 플랫폼 사업은 시장 선점이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현재로서는 사업 시작 시점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카카오페이와 마찬가지로 적격성 문제가 드러났던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대주주 미래에셋대우의 지분율을 기존 17.66%에서 9.5%로 낮추면서 마이데이터 본허가 신청 요건을 겨우 맞췄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이미 예비허가를 받았지만 미래에셋대우의 검찰 조사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본허가 심사를 받지 못하게 될 위기에 몰렸었다. 최근 지분 정리를 완료한 네이버파이낸셜은 조만간 금융당국에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앞선 사례들과 같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공들여 준비해 온 마이데이터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몰리면서 해당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등과 크게 관련이 없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 기업의 신사업 진출을 과도하게 가로막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부 금융사의 경우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대주주에 대한 제재가 없다는 이유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았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마이데이터 본허가 신청 결격 사유였던 미래에셋대우는 정작 본허가 신청까지 완료한 상태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도 최근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만큼 기약 없이 개선안을 기다려야 하는 후발주자들의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마이데이터 사업인데 대주주 문제에 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시장 선점이 관건인데 언제 나올지 기약 없는 개선안을 기다리는 것 외에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할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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