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자료 고의 은폐?···SH, 시민단체와 '진실공방'
분양원가 자료 고의 은폐?···SH, 시민단체와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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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SH, 분양원가 자료 고의 은폐···과거 자료 모두 공개해야"
SH "뒤늦게 찾아 제출한 것···직접계약 아닌 것까진 공개 불필요"
하태경 국민의 힘 의원(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경실련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SH공사 마곡 분양원가 자료 은폐의혹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하태경 국민의 힘 의원(가운데)과 경실련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SH공사 마곡 분양원가 자료 은폐의혹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토지거래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대되는 가운데 또 다른 주택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는 자료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분양원가 자료와 분양수익을 은폐하려 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 SH공사는 고의적 은폐는 '절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5일 "버젓이 존재하는 원가 자료를 분실했다며 감춘 것도 모자라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는 SH공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전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SH공사가 분실했다는 마곡지구 분양원가 자료가 지난달 국회 의원실에 제출됐다"면서 "허위문서 제출과 거짓 진술로 재판부와 시민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발단은 2년 전 경실련이 SH공사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다. 경실련은 지난 2019년 4월 SH공사에 마곡15단지 등 12개 단지 분양원가 세부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SH공사가 과거 정보공개 소송에서 원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판결에도 2017년부터 정보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과거 2006년 당시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SH공사는 설계내역서, 건설사와 계약한 도급계약 내역, 하도급 내역 등의 세부 공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경실련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2009년 9월 최종적으로 원가공개 판결을 받았고, 해당 15개 단지의 모든 자료는 공개됐다.

이후 SH공사가 다시금 분양가 정보를 비공개로 전환하자 경실련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4월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일부' 승소가 내려진 까닭은 SH공사가 마곡 15단지 설계내역 등의 일부 자료를 분실해 현재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분실돼 존재하지 않는 자료에 대해서는 공개청구가 각하된 것이다.

문제는 당시 SH공사가 분실했다던 마곡15단지 설계내역 등의 원가자료가 국회에는 제출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하 의원실로 제출된 마곡15단지 설계내역은 SH공사가 자료 부존재로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원가자료다. SH공사는 2년 전 자료 부존재를 주장했고, 1심판결 이후 항소심 때는 '마곡15단지 설계내서, 사무실 이전 중 분실 추정'이라는 내용의 서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같은 상황은 SH공사가 분양가를 부풀려 얻은 부당이득을 감추기 위한 정황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게 경실련 측의 입장이다. 경실련은 "주거 안정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고 분양가를 부풀려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다"면서 "허위문서를 제출하고 서울시민을 속인 SH 관계자 검찰 고발 등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는 경실련 기자회견 이후 곧장 공식입장문을 내고 의혹을 부인했다. SH는 경실련의 의혹 제기에 대해 △원가자료(원도급 내역서·설계내역서 등)는 업체 영업비밀로 공개 불가 △하도급 거래내역은 공사 직접계약서류 아니다 △2심 진행 과정에서 부존재 자료를 추가로 찾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SH공사는 소송이 아직 진행되고 있는 건이 공론화된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시기가 애매하게 얽히기는 했으나 하 의원실에서 자료를 전달하며 동시에 재판부에도 전달했다"면서 "하도급 내역의 경우 SH가 원청업자와 계약을 맺어도 그 이하 민간 간의 계약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먼저 SH공사의 원가자료가 SH공사 관련 법에 따라 반드시 보관해야 할 정부 문서이고, 모두 전자파일 등으로 만들어진 자료가 부존재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같은 자료들은 과거 2009년 원가자료를 모두 공개하라는 판결 당시 '수분양자들의 알 권리 충족, 공공기관 주택정책운영 투명성 확보' 등을 이유로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지만, SH공사는 현재까지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아울러 SH공사는 지난달 15일 설계내역서를 포함한 원가자료를 국회에 제출할 당시 재판부에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경실련은 관련 사실과 증거설명서를 같은 달 25일 제출하기 이전까지 SH공사에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SH공사는 국회에 자료 제출 당시 재판부, 경실련 측으로 어떤 언질도 없었다. 경실련의 은폐 의혹 발표 예고를 보고 난 뒤에야 재판부에 자료를 제출했고, 이는 고의적인 은폐가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또한 원청에서 하도급자로 돈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 SH공사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SH공사는 하도급 뿐만 아니라 모든 원가자료를 업체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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