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의혹上] 내부 정보로 '땅 사고, 돈 먹고'···분노하는 민심
[LH 투기의혹上] 내부 정보로 '땅 사고, 돈 먹고'···분노하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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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發 투기 의혹 수두룩···초유의 부동산 정국 '시즌2'
허탈한 국민들···"정직하면 바보, 정책 누가 신뢰하나"
공급대책 강행한다지만···분노한 여론은 "신도시 취소"
3기 신도시 과천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LH를 '토지강탈 앞잪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3기 신도시 과천에 걸려있는 현수막에 LH를 '토지강탈 앞잪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비롯된 투기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정부 수장들은 잇따라 강경 대응을 강조하며 공급대책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의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여름 다주택자 현황 폭로로 실망한 부동산 민심이 이번 LH 사태까지 맞이하며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단 평가도 나온다.

9일 정부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합동조사단은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대상 3기 신도시 토지거래 1차 조사 결과를 오는 11일께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LH 토지 투기 의혹이 각종 언론 등을 통해 셀 수 없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1차 조사 결과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수사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향후 여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투기 의혹으로만 볼 때 현재 상황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지난 2일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첫 광명·시흥 지구 투기 의혹을 제기한 뒤 하루에도 수십건씩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LH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후보지 위 '지분 쪼개기'에 나선 것은 물론, 매입한 토지에 왕버들나무 등 희귀 수종의 묘목을 심어 보상금을 불리려는 행위 등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LH 직원들은 지방자치단체에는 벼를 재배하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놓고 실제로는 묘목을 경작하고, 자기 노동력만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하고 승합차로 인부를 동원했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서 지자체에 허위 신고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같은 투기 의혹에도 LH 분위기는 분노한 여론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언론 등을 대상으로 직원 정보를 개인적으로 확인해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사내 메일을 공지하거나, 직원들은 각종 익명 게시판을 통해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느냐" 등의 글을 남기는 등 안하무인 격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익명 게시판에서는 내부고발자 색출과 관련된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벌백계하겠다는 정부의 대응 수준도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LH 의혹에 국가의 모든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도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행위자를 패가망신시켜야 할 것" 등의 강한 발언을 내놨다. 그러나 역대 신도시 투기 의혹이 검찰 합동수사본부 수사로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 수사는 국가적 관심이 쏠린 중대 사안임에도 법 집행과 관련된 핵심 정부 기관인 검찰은 제외됐다.

또 '땅투기' 의혹의 당사자 격인 국토부가 정부합동조사단에 합류하면서 국토부 및 산하기관 LH 직원을 스스로 조사하는 '셀프수사' 형국까지 빚어졌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7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에 대해 봐주기식 축소·소극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면서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 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초유의 부동산 정국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 수도권 일대 빚어진 '풍선효과'는 물론 전국적인 집값 급등세가 형성된 데다, 시민단체들의 고위공직자 및 정치인 다주택 현황 실태까지 폭로되면서 민심은 빠르게 식어갔다. 더욱이 LH 투기 의혹까지 불거지며 부동산 민심은 바닥을 치는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3기 신도시 철회 청원에는 약 5만여명 넘게 동의한 상태다.

부동산 시장 역시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했지만, 재차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정부는 공급대책을 일정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신도시 예정지 주민들은 공공 주도의 사업을 향한 불신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이들은 LH 투기로 주민들이 심각한 손해를 봤다면서 단체활동까지 예고하고 나서면서 향후 일정은 안갯속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당장 내달 예정됐던 수도권 신규 택지 발표도 연기될 수 있단 추측도 나온다. 2차 신규 후보지도 공직자 투기가 없었는지 사전 검증이 수반돼야 하고,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처벌 방안을 담은 법안 후속 조치까지 마무리해야 택지 공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총체적 난국'이라며 신도시 선정 및 개발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하루, 이틀 벌어지던 일이 아닌 곪아있던 것이 결국 터진 것"이라면서 "3기 신도시 모두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은 그간 기다려 온 수요가 많아서 되레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때문에 기존 지구로도 충분하고, 일벌백계를 위해 광명·시흥 지구의 경우 취소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소수가 모여 최소 행정 인원이 정보 공유하며 비밀서약하고, 깜짝 등장시키는 방식을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라며 "또한 2012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좋지 못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공급의 문제가 아니었다. 5~10년 후 물량이 공급될 때까지 시장이 과열될 것이란 보장도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무차별적인 공급정책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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