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신보고서①] "급격한 인플레 가능성 제한적···'백신' 변수"
[한은 통신보고서①] "급격한 인플레 가능성 제한적···'백신'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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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한 '2021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1년간(2020년 2월~2021년 1월) 우리나라 및 주요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상당폭 둔화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5월중 코로나19 충격의 영향으로 큰 폭 둔화됐다가, 6월 이후 글로벌 경기가 완만한 개선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부분적으로나마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먼저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에너지가격이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가격은 지난해 2~5월까지 11.8% 하락했다가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4.9% 반등했다. 

식료품의 경우 주요국 식료품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중 상반기에 비해 하락하거나 상승폭이 축소됐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이동제한 조치로 인한 가정용 식재료 수요 증가, 물류차질에 따른 공급 감소 등 상방압력으로 작용했던 요인의 영향이 완화된 데 상당부분 기인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상여건 악화 및 최근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며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비스물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약한 수요측 물가압력이 이어지면서 낮은 오름세를 지속했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의 영향을 크게 받은 호텔, 항공 등 대면서비스 관련 물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각국의 거시금융정책의 영향 등이 금융시장에 반영되면서 주요국의 금융시장기반 기대인플레이션 지표(BEI, Break-even inflation, 10년물 기준)는 지난해 3월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등에 따라 경기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금융시장기반 기대인플레이션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베이기반 기대인플레이션의 경우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의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이 최근 국제원자재 및 식료품가격 오름세 확대, 백신접종, 확장적 정부정책에 따른 경기개선 기대감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전문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5년 앞)이 지난 1년여간 큰 변동 없이 대체로 2% 근처에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은 최근 국제원자재가격 및 식료품가격 오름세 확대, 백신접종 및 확장적 정부정책에 따른 경기개선 기대감 고조 등의 영향으로 높아졌다.

실제로 주요국 중 올해 1월 이후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한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미국의 미시간대학 서베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2월 중 2.5%에서 올해 들어 1월 중 3.0%, 2월 중 3.3%로 빠르게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한은 서베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2020년 10월 이후 1.8%를 유지해오다가 금년 2월 중 2.0%로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수요의 분출(pent-up demand), 기저효과 등으로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견해가 일치한다. 하지만 중장기 시계에서의 인플레이션 향방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그에 따른 유동성 증대, 글로벌 공급망(GVC) 약화 등이 상방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쪽에서는 안정적인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응수단 보유, 고용부진 지속 등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같은 견해를 종합해 볼 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한 현재 상황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다만 "백신접종 등에 따른 빠른 경기회복, 경제활동 정상화와 함께 그간 억눌린 수요의 분출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며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과 같은 공급충격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향후 추이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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