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조기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
[전문가 기고] 조기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
  •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 nkyj@seoulfn.com
  • 승인 2021.04.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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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며, 소득의 대부분을 저축하는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2030세대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주목 받고 있다.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은퇴 후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지 않는 일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빠른 기간 내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 더 많은 시간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모아야 조기은퇴 할 수 있을까? 미국 파이어족은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생활비로 4000만원을 쓰겠다면 10억원을 모아야 한다(4000만원*25=10억원). 이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 연평균 5~6% 수익이 꾸준히 발생한다면 매년 4% 정도 생활비로 사용해도 물가상승률과 시장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에는 투자가 쉽지 않은 저금리 환경을 고려할 때 25배 법칙이 아니라 33배의 법칙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년까지 일을 해도 노후준비가 충분치 않는 시대에, 40대 초반까지 은퇴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파이어족은 지출을 최대한 줄여 소득의 70% 이상을 은퇴자산으로 저축한다. 뿐만 아니라 소득 자체를 높이기 위해 자기계발에 충실한 한편, 부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득을 늘린다. 은퇴준비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투자도 필수다. 예를 들어 매년 3,000만원씩 납입하여 은퇴자산 1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가정할 때 연평균 수익률이 0%라면 33.3년이 걸리지만, 5%라면 20.1년, 10%라면 15.4년으로 은퇴준비기간이 줄어든다.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조기은퇴를 꿈꾼다고 응답한 K-파이어족의 목표 은퇴자산은 13억 7천만원, 목표 은퇴연령은 51세였다. 현재 30세라면 충분한 은퇴준비기간이 있다. 소득의 50%를 연평균 5~10% 수익률로 15~20년간 꾸준히 투자한다면 조기은퇴가 불가능하지 않다. 은퇴준비를 20대부터 시작한다면 조기은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반면, 51세까지 남아있는 은퇴준비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동일한 조건에서 투자부담이 높아지므로 은퇴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이어의 진정한 의미는 조기 은퇴가 아니라, 내가 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하는 경제적 자유에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유를 보다 앞당기기 위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불필요한 지출을 통제하며, 소득을 늘려 더 많이 저축하고 투자하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조기은퇴를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파이어족이 돈을 모으는 방법을 실천해 나간다면,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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