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코로나 시대 '면역력 장사'
[데스크 칼럼] 코로나 시대 '면역력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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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다.' 15일 오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남양유업을 고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떠오른 생각이다. 식약처의 남양유업 고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식품업계가 경쟁적으로 '면역력 장사'에 나서면서 예고된 일이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고발한 이유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을 들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내 한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연구자가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한 게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식약처는 "15일 긴급 현장조사를 통해 남양유업이 해당 연구 및 심포지엄 개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점을 확인했다"면서 "심포지엄 발표 내용과 남양유업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순수 학술 목적을 넘어 남양유업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을 홍보한 것"이라고 짚었다. 

식약처 설명을 종합하면, 남양유업 홍보전략실은 지난 9일 '불가리스 제품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 발표', '감기 인플루엔자(H1N1) 및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 확인' 등이 적힌 심포지엄 안내문을 언론사들에게 보내 참석을 요청했다. 이후 13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결과를 입수해 살펴봤다. "체내 흡수된 체내 흡수된 불가리스 유효성분이 IFN(인터페론)을 활성화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거나 NK세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증가시킴", "발효유 제품이 인플루엔자 H1N1, COVID-19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 등의 표현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킬 수 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식약처의 남양유업에 대한 강력한 대응은 당연해 보인다. 남양유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틈 타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이란 행사를 통해 발효유(불가리스)를 내세워 '면역력 장사'를 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에 관한 심포지엄 발표 내용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한 댓가를 치뤄야 마땅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가 조작 여부도 분명히 가려야할 부분이다. 만약 남양유업 측이 거짓으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는데 방조 또는 가담했다면 재고의 여지는 더더욱 없어진다.  

식품업계의 면역력 장사는 심각한 문제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식품업체들의 유사 행위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코로나19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감을 파고들며 면역력 강화 효과를 내세운 사례는 부지기수다. 

남양유업은 너무 뻔한 무리수를 뒀다. 언론을 끌어들인 게 결정적 잘못이었다. 심포지엄 발표 내용이 다수 언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도되면서 파장은 커졌고 더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결국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고, 식약처의 사실확인과 그에 따른 고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약식동원'(藥食同源·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음)이란 말처럼 음식은 대부분 몸에 좋다. 실제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식품도 많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식품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몸에 좋다는 특정음식을 집중적으로 먹는 것보다 다양한 식품을 고르게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게 식품 및 의약계의 정설이다.  

식품과 의약품은 쓰임새가 다르다. 식약처가 질병 예방·치료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식품의) 표시·광고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면서 허위·과장 광고에 속지 말라고 소비자들에게 당부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주현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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