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국이 전장을 옮기려 한다
[홍승희 칼럼] 미국이 전장을 옮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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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무역 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정권교체 이후로도 지속되면서 오히려 무력분쟁으로까지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번엔 영국까지 항모를 파견하면서 긴장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제까지는 중국 견제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는 미국 외에는 동지나해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인접 국가들이 각개로 중국과 갈등하는 수준이었다면 점차 진영싸움의 형태를 갖춰가는 모양새다. 쿼드 4개국 중 호주는 일찌감치 미국에 동조했지만 중국과 동지나해에서 센카쿠 열도 분쟁을 겪으면서도 막상 대중 압박을 가할 때는 미국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중국 눈치를 보던 일본마저 미일정상 면담 후 미국 계획대로 대 중국 봉쇄작전에 말려들었다.

미국은 이미 모든 전력을 동아시아로 쏟아 넣으려는 듯 중동지역에서의 철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이란과의 관계개선을 시사하고 아프간에서의 미군철수를 공식 언급했다. 늘 중동 아니면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치르곤 하던 미국이 이제 그 전장을 동아시아로 압축해 본격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쉼 없이 전 세계 어디에선가는 전쟁을 치러왔다. 그래서 중동지역에 화해분위기가 조성될 때마다 혹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질까봐 우리는 마음졸여왔다.

한국에 계속 중국 포위전략을 위한 연합체인 쿼드에 새로 참여하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적어도 이번 전장은 한반도를 빗겨갈 듯하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호되게 당한 바 있는 한국은 계속해서 쿼드 참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게다가 쿼드 4개국 중 하나인 일본이 계속 한국의 참여를 막기 위해 쿼드플러스는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해왔기에 그런 연합체에 굳이 끼어들어 손해를 감수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단순히 한미 관계 때문만은 아니지만 중국의 지원을 받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 문제에서 앞장서서 적극적 행동을 보임으로써 섣불리 나서기에 애매한 미국을 향해 한국의 스탠스를 명확히 보여주기도 했다. 최소한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에 더 가까이 서지는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이번 전장이 동지나 해상으로 국한된다 해도 한반도는 여전히 불안하다. 가까운 전장의 불똥이 튀지 말란 법도 없고 또 싸움에서는 늘 상대의 약한 고리를 먼저 치는 게 전술의 기본이니 한국을 만만하게 보는 쪽에서 시선 전환용으로 한반도를 기습할 수도 있다. 가깝게는 한국동란으로 세계인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서 티벳을 점령한 중국의 전력도 있고.

게다가 최근엔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서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6자회담의 복원을 다시 끄집어냈다. 아무래도 북한 동향이 꽤 위태로워 보여서인지 향후 지분 챙기기에 나선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좋게 해석하자면 내심으로는 남북통일을 바라지 않는 미국, 중국, 일본을 향한 한국 거들기일 수도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현재의 한국은 꽤 좋은 파트너이며 유라시아 철도 연결 및 송유관 설치 등 한국과 연결됨으로써 얻을 이익이 적잖기에 한팔 거들어 빚을 지우려는 것이라면 그나마 가장 바람직한 의도일 터다.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는 영원히 예비 전장으로 남겨두고 싶을 테지만 한국이 자체 무기개발을 늘려가면서 더 이상 무기 수출을 하니마니 하는 갑질로 길들일 호구의 위치는 벗어나 가고 있기에 차츰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함을 느껴가는 듯하다. 6.25 전쟁으로 인해 한국인들에게 미국은 매우 고마운 나라가 됐지만 사실 미국과 한국의 역사적 관계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첫 대면이 무장상선이던 셔먼호의 무례한 조선방문이었고 결국 피를 보고 끝났다.

이후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대한제국은 끝까지 미국을 믿었지만 미국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철저히 배신했다. 이후 태평양전쟁 말기 광복군 일부에게 미 전략사무국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가 직접 나서서 훈련까지 시키며 대일작전에 협력하고도 막상 일본이 패망하자 입 싹 씻고 전범국인 일본 대신 한반도를 분단시켰다. 그러고는 점령지 주둔군으로 남한 땅에 와서 한국인들은 거들떠도 안보고 일본인들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며 아예 일본적 시각으로 한국인들을 평가했고 이 시각은 이후 오늘날까지 미국이 한국을 대하는 기본 입장이 돼있다.

이제 그 시각을 바꿀 때가 됐다. 그래야 우리가 전쟁의 화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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