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여부 충분한 검토 필요하고, 상용화 신중히 접근해야"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부터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의 활용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선행 연구에 나선다. 당장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보다는 가상 환경 내 CBDC 제조에서 대금 결제까지 실험해보겠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28일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를 발표를 통해 CBDC 모의실험은 가상환경에서의 제조, 발행, 유통, 환수 폐기 등 지급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확인해보는 실험이라면서도, CBDC 발행 계획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CBDC모의실험은 발행 가정 시 한은에서 맡게 될 업무를 중심으로 컨설팅 작업을 실시했으며 내부적 프로세스 작업은 마무리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실제 가상환경 내 구현을 통해 업무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며, 한은 자체 업무프로세스까지 구축이 된 이후에는 금융기관 등 IT업체들이 참여해 참여한 기관과의 업무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CBDC를 발행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라는 개념을 재차 확인했다. 이종렬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도입 여부를 논하는 데에는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라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며, 가상자산이 화폐가 아니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를 내렸으며, 우리나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도 가상자산에 대해 정의해 개념을 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6월 CBDC와 관련해 법적 이슈 및 법률 제·개정 필요사항 등을 검토하기 위해 법률자문단을 출범시켰다. CBDC는 민간 암호화폐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지만 중앙은행 발행 아래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화폐와 연동되기 때문에 가치는 안정적이며, 현재 중국과 스웨덴 등이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연구를 현재 진행하고 있거나 기술 실험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미국, 유럽 등 주요국과 CBDC 연구 그룹을 구성해 구현 가능성과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디지털화폐가 갖춰야 할 주요 원칙과 특성을 제시하는 등 관련 연구를 보다 구체화한 보고서를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바 있다.
모바일 전자상거래 등의 비대면 결제가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현금을 쓰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면서 CBDC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지만, 한은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법정 화폐 또는 실물 자산을 기준으로 가격이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는 "가치가 안정됐다고 하더라도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다고 보기 어려워 국제기구에서도 규제·감독·감시 원칙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