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1년째 동결···"아직 성장세 회복에 집중할 때" (종합)
한은, 금리 1년째 동결···"아직 성장세 회복에 집중할 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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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5월 정기회의 개최···기준금리 0.50% 동결 결정
"대내외 경기 회복 흐름 강화, 물가상승압력 제한적일 전망"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부담'···"내년께 금리인상 가시화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현 시점에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물가 상승을 우려해 금리를 인상하기 보다는 경제 성장세 회복 지원에 더욱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한은 금통위는 27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0%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3월 '빅컷'(1.25%→0.75%)과 5월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기준금리를 끌어내렸다. 이후 열린 금통위(7·8·10·11월)에서는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올해 진행된 네 차례 회의에서도 모두 동결로 결정된 바 있다. 이는 여덟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시킨 것이며, 1년동안 유지되는 셈이다.

이번 금리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부터 오는 7월까지 1년 2개월간 유지되게 된다. 이는 금리 동결 기록으로는 역대 네 번째로 긴 기록이다. 또한 미국 연준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0.25~0.5%포인트(p) 유지했으며, 연준은 지난해 3월 기존 1.00~1.25%에서 0.0~0.25%로 1%p 낮춘 뒤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내외 모두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5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8.0%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답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BOA는 한은이 내년 2분기 매파적(긴축통화 선호) 기조로 돌아서고, 내년 4분기에 처음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바라보는 관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계경제가 주요국 경기부양책 및 백신 접종 확대 영향으로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곧 국내 경제의 수출 호조로 이어졌고 투자 역시 견조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데다 민간 소비도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고 봤다. 이에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 내외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물가 상승률은 1.8%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보단 높은 수준이지만 목표수준(2%)을 하회하고 있고,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국내경제의 회복세가 강화되고 물가가 당분간 올라갈 지 모르나, 코로나19 전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고,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주요국 경기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누적에 더욱 유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한은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우기 보다는 경기 정상화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입장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진행된 회의에서 금통위 위원들 간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앞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를 통해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를 처음 언급했는데, 이는 곧바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를 상회하는 등 시장의 기대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도 확인되자, 글로벌 시장은 미국이 곧 테이퍼링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확대되면서 인플레 공포를 확산시켰다. 이에 연준 위원들은 지난달부터 이같은 경제지표 충격이 '일시적 상황'에 불과하다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했고, 시장은 곧 안정세를 찾아갔다.

이처럼 향후 공개될 금통위 위원들의 발언 가운데 매파적 소수 의견이 게재될 경우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으며, 이날 열린 회의에서도 가계 금융안정성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계빚은 6개월째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1700조원을 넘어선 가계신용 잔액은 올해 1분기 들어 1765조원에 달했다. 한 분기 만에 37조6000억원이 증가하면서 올해 1800조원의 가계빚도 거뜬히 넘길 추세다. 시중에 돈이 계속 풀리면서 집값을 급등시켰고 비트코인,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의 변동성도 흔들고 있다. 또한 최근 국제유가 및 원자재값 급등 등의 요인으로 물가상승폭은 지난해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까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빠라지고 국내 경기 회복도 좋은 흐름을 보이면서 경제성장 전망을 높일 수는 있으나, 아직 대면소비회복과는 괴리가 있다"라며 "더욱이 미국이 금리조정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한은에서도 당장 금리 인상 조정에 나서기는 부담이 크다. 다만, 당초 내년까지도 금리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것보다는 조기에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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