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한 고민
[홍승희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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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팬데믹 현상은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집단지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혼돈의 시간을 초래했다. 게다가 미·중 갈등이 쉽사리 잦아들기 어려운 진영싸움으로 진화해나가면서 가뜩이나 전염병으로 위축된 생산 활동에 더해 국경이 틀어 막혀지면서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심각해지자 이성을 잃은 적잖은 대중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이 나타나며 사회적 분열이 일어나기도 한다.

미국이 일본의 제안을 수용해 진행해온 반 중국 전선으로서의 쿼드는 스스로를 민주주의 진영으로 규정한다. 탈냉전시대 이후 쇠퇴하던 이념적 전선을 되살리려는 미국과 일본의 시도는 시대적 적합성이 의심스럽다.

현재 중국을 향한 공격의 대부분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요소들이지만 미국이나 전 세계가 경계해야 할 중국의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탐욕'이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공산주의를 정치의 근간으로 하며 '자본주의 경제'를 지향한다지만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지금처럼 전 세계를 향한 과도한 욕심을 억제하지 못하는 탐욕이 미국 뿐 아니라 더 많은 선진국들에게 중국이 최강대국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를 심각하게 발동시킨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그리는 새로운 '전선' 구축 의지에 많은 나라들은 저마다의 이해득실에 따라 부분적으로는 동조하면서도 근본적인 연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을 지지하도록 세계를 설득하기에는 주제선정이 구태의연하다.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는 여러 측면에서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가치를 세우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기세 꺾기는 일정 정도 국제 사회에서 동의를 얻을 수 있다. 타국을 향한 중국의 거친 대응이 미국을 대체할 국가로서의 중국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포와 싸우는 민심을 수습하는 일이 각국 정부의 최대 관심사일 테고 이를 위해서도 침몰하는 경제를 건져내는 데 진력하게 만든다. 한 때 일본을 이코노믹 에니멀이라 불렀던 전 세계가 이제는 모두 다 같은 모습을 갖게 될 것 같다.

각국 정부는 분명 저마다 경제회복을 위한 방법을 찾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지만 사회적으로는 다른 논의들이 필요하다. 바이든 미 대통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그 이전부터 제기돼왔던 환경문제의 중요성이 더 부각됐고 그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에너지 전략과 4차 산업혁명의 발전 필요성이 확대됐다.

그런 점에서 이 같은 이슈를 그린 뉴딜이라는 국가적 전략목표로 선점한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졌고 그만큼 발언권도 커졌다. 제2차 P4G(UN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 역시 그런 한국의 변화된 위치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5월30, 31일 양일간 열리는 서울 P4G 정상회의는 비록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화상회의로 진행되지만 대한민국이 개최하며 전 세계 60여 개국이 참여하여 인류사회의 미래를 위한 각국의 행동을 저마다 보고하고 약속하는 정상들 간의 국제회의다. 지난번 트럼프 정부 때와는 달리 환경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미국 역시 이 회의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

이는 환경 위험 감소를 위한 구체적 행동으로 의미를 갖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우선 민간부문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 실존하는 모든 문제들의 뿌리부터 다시 살펴보는 철학적 고민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동`서양의 각기 다른 전통 속에 내재된 철학적 주제들까지 끄집어 낸 광범위한 논의의 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고래로 ‘상생(相生)’이라는 개념을 지녀왔고 이는 개개인 탐욕의 집합으로서의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또 국가이기주의가 글로벌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현 시점에서의 크고 작은 갈등들을 성찰하기에 꽤 유용한 사유의 틀을 제공할 것이다.

이전의 산업혁명 시대에는 서구사회의 이분법적 사고가 더 효율적이었을지 모르나 전 세계가 한 덩어리로 함께 앓았던 팬데믹 시대가 갈등과 분열로는 치유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후 세대를 위해 현재의 전 세계 지성들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지혜들을 함께 풀어내야 한다. 그래야 인류에게 미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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