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한은, '금리인상' 매 발톱 드러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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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자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혼란스럽다. 업계에서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앞서 금리 인상 단행을 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매의 발톱을 드러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달 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대해 언급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이미 가늠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거론하기에는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주는 것은 물론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두르지도 않아야겠지만, 늦지도 않아야 하는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상황에 따라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빠르게 인상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시장은 곧장 반응했다. 1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07%포인트(p) 상승한 연 2.186%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밤 2.179%를 기록한 데 이어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2018년 11월22일(연 2.20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 5년, 30년물 등도 금리 인상 기조에 지난달 널뛰기 장세를 이어오다, 이달 들어 일부 되돌림 현상을 보였다.

그렇다면 한은은 실제로 '매파적(긴축통화 선호)' 시그널을 보낸 데 이어,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대체로 연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4% 성장'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은 시장에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말 금리 동결 결정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4.0%로, 물가상승률은 1.3%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4%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0년(6.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10년도 더 지난 기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마이너스의 성장률(-1%)을 기록한 기저효과도 있겠지만, 이런 경기 회복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결국 막대한 국가 재정을 쏟아부은 결과다.

재난지원금, 공익직불금, 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으로 가구당 소득을 올릴 수 있었으나, 취업자수는 1년 전과 비교해 되레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가 회복세를 뛰어 넘어 물가가 급등하고, 과열 양상이 비치면 한은은 금리 인상을 단행해 시장의 과열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물가 상승 수준은 여전히 목표수준(2%)를 하회하고 있고 대면 소비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을 우려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보다 경제 성장 회복 지원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불어난 가계대출은 금리 인상의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가계빚은 6개월째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700조원을 넘어선 가계신용(포괄적 가계부채) 잔액은 올해 1분기 들어 1765조원에 달했다. 한 분기 만에 37조원이 넘게 늘면서 올해 1800조원의 가계빚도 거뜬히 넘길 추세다.

이미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7~8월 저점을 찍고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예금은행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91%로 지난해 1월(2.9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다. 주택담보대출 금리(2.73%) 역시 지난 2019년 6월(2.74%)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출을 짊어진 우리나라 국민 넷 중 한 명은 자신의 소득으로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기 힘든 '고위험군'에 노출돼 있다. 금리 인상은 채무상환 부담을 늘리고, 늘어난 부채는 주택을 비롯한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한은이 우려하는 '금융불균형'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불나방 빚투(빚내서 투자)'로 생성된 가상화폐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은 내부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극심한 가격 변동성에 너도나도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고 '묻지마 투자'가 지속하자, 이같은 난리통을 무서워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가상화폐가격이 급락했는데 대출을 통해 코인 투자에 나선 젊은 세대가 많아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과거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가 비교적 뚜렷한 회복 경로를 이어간다면, 연준의 금리 변동 속도와 상관없이 먼저 통화정책 기조 변경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여전히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온도 차이는 존재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대내외 기관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상향 전망하기도 하고, 백신보급 확대 등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확대·지속되는 부분은 하반기로 넘어갈수록 금리 상승 압박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금리정책 만으로 해결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현 재정정책으로 원화 강세 압력도 있고, 아무래도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대응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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