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에 '좀비기업' 역대 최대···34.5% "이자도 못내"
코로나 불황에 '좀비기업' 역대 최대···34.5% "이자도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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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20년 기업경영분석 결과' 발표
성장성 지표 '매출액 증가율' 역대 최저
2020년 기업경영분석의 성장성지표(왼쪽부터), 수익성지표, 안정성지표. (사진= 한국은행)
2020년 기업경영분석의 성장성지표(왼쪽부터), 수익성지표, 안정성지표.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동시에 되는 곳만 되는 'K자형' 성장도 나타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고, 기업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증가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0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2만5781개(제조업 1만929개·비제조업 1만4942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 '100%미만' 기업의 비중이 34.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년 전 31.0%와 비교해 3.5%포인트(p) 증가한 것이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수치다.

조사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 비금융 영리법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즉, 100% 미만은 돈을 벌어 이자비용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의 매출액이 크게 감소한 데에서 기인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세계 공장들이 문을 닫고 가동을 멈췄고,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수요가 크게 줄면서 내수기업 실적도 훼손됐다. 반대로 되는 곳만 되는 'K자형' 성장도 함께 나타났다.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 기업은 되레 1년 새 40.9%에서 41.1%로 소폭 증가했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석유·화학·정제 대기업 및 기타운송장비 부문의 기업들이 타격이 컸고, 적자비율이 높아지면서 한계기업의 수준도 올라간 것"이라면서 "이에 반해 전자·영상·통신장비나 전기·가스 기업들의 경우 흑자로 전환하면서 이익률이 높아졌고, 좋은 기업은 좋고 나쁜 기업은 나쁜 K자형 성장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자보상비율 구간별 기업수 비중. (사진= 한국은행)
이자보상비율 구간별 기업수 비중. (사진= 한국은행)

기업의 성장성 지표도 악화됐다. 대표적 지표인 매출액증가율은 지난해 -3.2%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2.2%p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경기 악화로 매출증가율 감소폭이 커졌으며,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제조업은 같은 기간 -2.3%에서 -3.6%로 악화됐으며, 전자·영상·통신장비의 상승에도 석유정제·코크스, 화학물질·제품 등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하락하면서 제조업 전체 증가율을 끌어 내렸다. 비제조업도 -2.6%(3.4%p↓)로 하락 전환했다. 특히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제외하면 매출액증가율은 -3.8%로 감소폭이 더욱 커지며, 총자산증가율도 5%에서 4.9%로 줄어든다.

반면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1%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8%보다 0.3%p 상승했다. 한은은 코로나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해 매출 원가가 줄어든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가 감소 영향으로 반도체와 같은 우리나라 주요 업종들이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안정성 지표도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부채비율은 97.4%로 전년 대비 0.2%p 감소했고, 차입금의존도는 28.2%로 0.1%p 줄었다. 제조업·대기업의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는 상승했지만, 비제조업·중소기업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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