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發 '옥죄기' 법안에···깊어지는 은행권 '한숨'
정치권發 '옥죄기' 법안에···깊어지는 은행권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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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연임 제한법 예고
은행서 '기본대출' 출연···'금융 포퓰리즘'
관치금융 넘어선 정치금융 '우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유은실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회에서 민간기업인 금융사의 운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나오면서 정치권의 금융개입이 도를 넘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중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개정안에는 금융지주사 대표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총 임기는 6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또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저축은행·보험사 대표의 자회사 CEO 겸직을 허용하는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 회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해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영향을 받게 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우 2014년부터 7년 동안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으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2017년부터 4년 동안 한 차례 연임했다. 임기가 가장 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12년부터 9년 동안 세 차례 연임했으며 2018년 말부터 우리금융을 이끌고 있는 손태승 회장도 한 번 연임했다.

이런 가운데, 해당 법안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경영권 침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CEO의 경영능력과 성과가 기업의 성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이를 배제하고 임기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가 제한되면 일단 가장 큰 문제는 CEO가 그룹의 중장기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지금 빛을 보고 있는 사업들 보면 예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가 이제야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어차피 임기가 6년이면 10개년으로 보고 준비해야 하는 사업을 추진할 CEO가 어디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민간기업의 인사권한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은 공적성격이 강한 업권이긴 하지만 금융지주사는 실적을 잘 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야하는, 엄연한 민간기업이란 게 업계의 입장이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대출'도 은행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기본대출은 만 19~34세 청년이라면 누구든 연 2.8%로 최대 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제도다. 이와 관련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인 2일 기본대출법을 대표발의했다.

이에 대해 재원을 금융사 출연금 등으로 마련하겠다는 기본대출 구상안을 두고 은행권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먼저, 국내 19~34세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대출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심사 없이 누구든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실대출에 따른 부담을 결국 은행이 져야 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기본대출과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부실대출, 연체율 등 명확한 데이터 없이 결국 가정치에 의존해 추진하겠다는 건데, 누구든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연체율이 오를 수밖에 없는 건 금융상식"이라며 "은행 재원도 고객 돈으로 이뤄진 건데, 그 부담은 결국 은행과 소비자가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금융사를 옥죄는 '금융 포퓰리즘식' 법안이 이어질 것이란 점도 금융권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관치금융을 넘어선 정치금융'이란 말의 의미를 최근 들어 유독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포퓰리즘은 결국 돈을 푸는 것과 직결되는데, 대선과 맞물려서 이런 경향이 더 거세질 걸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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