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재정정책의 궁극적 목적
[홍승희 칼럼] 재정정책의 궁극적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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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재정정책 확장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도 기획재정부는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재정과 금융은 기본적으로 보수적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고 또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소심한 재정운용은 때로는 사회적 발전 동력을 가라앉히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확장 재정이 돈 찍어내는 양적 완화라면 더 조심하긴 해야 한다. 일본 경제가 지금 꽤 힘들다는데 그 이유의 하나가 반복적으로 이어진 양적완화 때문이라 해석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최근 영국 의회에서 시라카와 마사하키 전 일본은행 총재를 참고인으로 초치해 ‘일본경제는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마사하키 전 총재는 꽤 길고 복잡한 설명했지만 요약하자면 잦은 양적완화로 효과가 약화됐고 막대한 돈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늘지 않았다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양적 완화는 한마디로 앰플 주사다. 위급할 때 긴급처방으로 쓰고 짧은 시간에 원래 상태로 회복되도록 수습할 필요가 있다. 그런 양적 완화를 일상화해버린다면 약효는 떨어지고 오히려 부작용만 늘어나게 되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 기업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며 좀비기업들이 늘어나고 그 기업채무를 일본은행의 투자로 메꿔 나가다보니 기껏 양적 완화를 해봐야 모든 돈은 다시 일본은행으로 흡수되는 꼴이 되고 만다. 일본은행이 블랙홀이 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IMF 구제금융을 받고 온갖 간섭을 받은 것은 한편으로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영약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당시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국가적, 사회적 고통이었고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했지만 그런 고난의 시간이 아니었으면 해내기 어려운 구조적 개선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그런 역사적 경험이 더해져 재정정책에 관해 관리들은 더욱 보수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고 그 조심성이 지나치면 응급처치의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번 제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그랬지만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그 어떤 재난지원금 지급 때보다 1차 재난지원금이 경제 전반에 끼친 긍정적 효과는 가장 컸다.

적어도 소비 촉진 효과는 확실했고 그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이후를 버텨나가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또 상당히 많은 수의 가계가 팬데믹 상황에서 맨홀로 빠져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도왔다.

이번에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팬데믹 수습을 위한 재정 정책을 펼 적기이기에 더욱 내수 소비를 늘릴 수단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해서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올 1분기 세수가 15조2천억 늘었다고 들었다. 정부가 국민들 상대로 수익을 남길 일도 아니니 이 돈을 다시 국민들에게 돌리는 것은 마땅하다.

1차 때 총 지급액이 14조5천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정도는 지금 늘어난 세수로 충분히 메꿔지고도 남는다.

물론 기재부 입장에서는 다른 용처가 눈에 먼저 들어올 수도 있지만 팬데믹 상황에 지쳐있다가 이제 희망을 보고 나아가야 할 국민들에게 막바지 힘을 내도록 격려도 필요하다. 그 돈이 얼마나 소비를 늘리고 그 덕분에 한계에 직면한 소상공인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을지를 생각해보자.

IMF도 한국은 내수가 취약하니 재정을 확대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물론 IMF의 권유가 항상 적확한 것은 아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허우적댈 때 IMF가 일본에 건넨 충고는 일본을 더 병들게 한 측면도 있으니까.

그렇더라도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정부 부채비율을 갖고 있고 이번엔 더군다나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도 있으니 너무 조심스럽게만 접근할 일도 아니다. 경제이론은 대체로 지난 선례를 토대로 뒤에 해석한 것이다. 따라서 ‘처음’을 제안하지 못한다. 너무 기성 이론에만 목맬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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