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투자, 4년뒤 기업가치 3배"···폭풍성장 이뤄낼까
박정호 "SKT투자, 4년뒤 기업가치 3배"···폭풍성장 이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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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5조 투자, '10배 효과' 목표
연관업체 인수후 시너지 극대화
5개 자회사 상장 가치에도 '촉각'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25일 본사 T타워 수펙스홀에서 온라인으로 중계된 주주총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3월 25일 본사 T타워 수펙스홀에서 온라인으로 중계된 주주총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SK텔레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기업분할에 따른 신설법인 가칭 SKT인베스트먼트의 순자산가치를 2025년 75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내놓으면서 투자금융(IB) 업계의 관심이 커진다. 

16일 정보통신(ICT)업계와 IB 업계에 따르면 박 CEO는 최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대상으로 비공개 세미나를 열고 "적극 투자와 포트폴리오 성장으로 SKT투자회사의 연간 30% 순자산가치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3년간 최대 5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투자하고 현재 26조원인 순자산가치를 2025년 75조원으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SKT는 통신사업부문을 맡는 존속법인과 함께 SK하이닉스와 신규 ICT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투자전문 신설법인으로 올해 11월까지 인적분할한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인적분할을 통해 현재의 SKT는 유무선 통신기반의 AI(인공지능) 디지털 인프라 회사인 기존 사업회사(SK텔레콤)와 반도체·ICT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SKT투자회사로 나뉜다. SKT투자회사는 SK하이닉스와 원스토어, 11번가, ADT캡스, 티맵모빌리티, 웨이브, 플로 등 비통신 신사업 자회사를 거느린다.

박 CEO가 제시한 목표가 현실화 될 경우, 올해 말 26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로 출범하는 SKT투자회사는 불과 4년도 채 되지 않아 3배로 폭풍성장하게 된다. 투자금 액수만 놓고 보면 5조원의 신규 투자 재원이 2025년 무렵이면 10배의 결과물을 이뤄낼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박 CEO는 테크, 플랫폼을 중심으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딜을 검토하고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5조원 투자금이 10배 가치로?···'시너지+IPO' 승부수

IB업계는 5조원의 투자금이 4년후 10배 기업가치 성장이라는 결과물로 돌아올 것이라는 박 CEO의 전망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번 비공개 세미나에서 설명한 박 CEO의 SKT투자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반도체를 비롯한 ‘하이테크’ △미디어·커머스·모빌리티 등 ‘빅테크’(라이프 플랫폼) △디지털 헬스케어 등 ‘딥테크’(글로벌ICT)다. 박 CEO는 SKT투자회사의 역할을 "인베스팅 프로듀서(Investing Producer)"라고 정의한 후 "투자 영역은 테크, 플랫폼 영역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예고한 것은 반도체 투자다.

그룹의 핵심 먹거리이자 신설법인 산하에 있는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창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SKT신설투자는 지배구조상 사업 확장에 제약이 많았던 SK하이닉스를 대신해 초기 투자 기회를 발굴함으로써 미래형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SK하이닉스와 상호보완되는 사업에도 투자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임 중인 박 CEO는 "SK하이닉스의 경우 기존 메모리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신사업을 발굴하게 될 것"이라며 "반도체 토탈 솔루션 공급자로 진화하겠다"고 예고했다.

빅테크 영역의 경우 웨이브,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뉴ICT 자회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미디어·커머스·모빌리티·보안 등을 중심으로 ‘라이프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면부터 근무, 여가에 이르기까지 매 시간 고객 일상과 연결되는 영역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e커머스 자회사인 11번가와 관련해선 "해외 직구 시장을 장악하고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박 CEO는 밝혔다. 이어 "해외 SI를 주주로 초청해 보드진(이사회 멤버)에 참여 시키는 형태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e커머스와 모빌리티 분야에서 각각 협력하는 세계 최대 유통기업 아마존과 세계 최대 차량 공유기업 우버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딥테크 영역은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양자암호보안, 블록체인 등 고성장 미래 혁신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기업분할에 앞서 SK텔레콤은 양자암호보안(IDQ), 디지털 헬스케어(나녹스), 미래 미디어(크래프톤) 등에 투자를 이어왔다. 신설법인은 이들 사업은 물론, 블록체인 등 또 다른 딥테크 영역에서도 신규 투자 기회를 살피고 있다.

IB업계는 박 CEO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연관업체 또는 유사 업종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이른바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보고 있다. 박 CEO는 과거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시절 때부터 인수합병(M&A) 및 투자 전략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2018년 양자암호통신 세계 1위 기업 스위스 IDQ 인수에 이어 지난해에는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 등을 주도했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기반으로 하는 시너지 극대화 전략만으론 신설된 SKT투자회사의 기업가치를 4년내 3배로 키우기에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이같은 '폭풍성장'을 위해서는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가 필수적이다. 

이에 박 CEO는 2025년까지 원스토어(2021년 말~2022년 초), ADT캡스(2022년), 11번가·웨이브(2023년), 티맵모빌리티(2025년) 등 5개 자회사를 상장(IPO)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확인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SKT투자회사에 승계된 SK하이닉스, SK플래닛, 11번가, 원스토어, ADT캡스, 티맵모빌리티, 웨이브 등 16개사의 순자산 가치는 현재 기준 약 26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상장계획을 밝힌 5개사가 상장을 통해 어느 정도의 가치를 평가받느냐에 따라 SKT투자회사의 성장 속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박 CEO가 SKT투자회사의 전략이자 경쟁력으로 강조한 △경영권에 구애 받지 않는 유연한 투자 실행 △유관 산업 경험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생태계 구축 △각 산업별 20년 이상 전문성을 보유한 경영진 가운데, 전문 경영진의 역량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된다. 

SKT투자회사에는 박 CEO와 함께 하이닉스 인수 등에 관여했던 윤풍영 SKT 최고재무책임자(CFO), 노종원 SK하이닉스 CFO 등 유수의 경영진이 대거 합류할 예정이다. 프라이빗에쿼티(PE) 경력을 갖춘 허석준 SKT 프라이빗플레이스먼트 그룹장, 대형 IB 출신인 송재승 SKT 코퍼레이트디벨롭먼트그룹장도 전문 경영진으로 발탁됐다. ADT 캡스, 11번가 등 주요 자회사 대표진은 현 체제가 유지된다. 모두 각 산업에서 20년 이상의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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