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독도에서 8.15 남북체육행사 열면
[홍승희 칼럼] 독도에서 8.15 남북체육행사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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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이 올림픽을 기화로 독도 침탈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올림필 불참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고 많은 대중들이 그에 동조하고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일단 올림픽만 바라보고 4년 이상을 땀흘려온 선수들에게는 자신들의 일생이 걸린 일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어서 정치권에서 나오는 발언들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불안감만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국가 차원에서 불참 선언을 하는 것은 향후 한국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에 많은 패널티가 부가되는 일이라고 한다.

게다가 한일 양국의 갈등과는 별개로 국제사회에서는 정치적 문제를 올림픽에 끌어들였다는 부정적 시각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이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한국이 앞장서서 국가 차원의 올림픽 보이콧을 하기는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일본이 도쿄 올림픽 홍보의 틈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홍보하는 일을 뻔히 보면서 올림픽에 멀쩡히 참가하는 것은 일본의 독도 침탈을 우리가 묵인하는 꼴이 돼서 한국 정부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다. 아무리 한국 정부가 항의를 해도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와 달리 나 몰라라 하는 IOC를 등에 업고 오불관언할 기세다.

일본도 IOC도 모두 경제적 급박함에 쫓기는 입장이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발목 잡힌 상황이라 더 이상 상대를 압박할 변수를 만들어내지 않으려 하고 있어서 IOC를 설득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 즉, 어떤 정치적 압박도 통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에 가할 수 있는 실질적 압박은 도쿄 올림픽의 흥행 가능성을 지금보다 더 떨어트릴 수단을 찾는 것뿐이다. 방사능 오염도, 자연재해도, 코로나의 대확산 우려도 통하지 않은 도쿄 올림픽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세계 언론의 관심을 도쿄 올림픽에서 다른 사안으로 돌리는 것이 그나마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을 이벤트로 충분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그 기간 중 남북이 공동행사를 벌인다면 얼마간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정치적 만남이야 복잡한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민간 행사로서 독도에서 남북이 서로 만나 수영 등의 이벤트를 만드는 일은 좀 수월하지 않겠나 싶다.

일정이 촉박해서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북한은 이미 도쿄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터이고 우리 선수들 중에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고 또 기타 유사한 종목의 아마추어 선수들까지 참여를 확대한 한판 잔치를 벌일 수는 있을 것이다. 경기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잔치를 벌이는 것이라면 덜 복잡하면서 더 관심을 끌 수도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외국인 선수들도 받아들이고.

이 기회에 북한의 참여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까지 지원한다면 향후 남북관계를 풀어가기에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죽의 장막에 갇혀있던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게 된 미중 수교 전에도 양국 간 탁구 시합이 길을 열었던 전례가 있었지 않은가.

장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독도가 딱 좋다. 과거 고 조오련 선수가 독도를 33바퀴 돌며 일본의 독도 야욕에 일침을 가한 사례도 있으니 올림픽 홍보를 빙자해 독도 침탈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본에 제대로 한방 먹일 수 있을 터다.

미국의 요청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에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은 자위대 영상을 통해 아예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를 깨트리려는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나선 마당이다. 우리로서도 일본에 대한 강온 전략을 병행하며 압박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행위에는 강력 경고를 내놓은 상태이니 남과 북이 도쿄 올림픽 기간 중 독도에서 8.15 기념 남북 공동 체육행사를 벌이는 일에는 다른 사안에 비해 비교적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행사가 성사된다면 이는 일본에 대한 한민족의 항의를 넘어 북한 유사시 북진을 꿈꾸는 중국을 향한 우리의 경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의 잔치에 재 뿌리기라 생각하지는 말자. 이미 한국을 능멸하기로 작심한 일본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을 파견할 수밖에 없다면 그건 그대로 가고 독도에서는 우리만의 잔치를 벌여 세상의 이목을 모음으로써 그 잔꾀를 유쾌한 방법으로 응징한다고 여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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