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강대국으로 가는 길
[홍승희 칼럼] 강대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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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 강대국은 동의어인가. 경제와 산업이 발전하고 국민총생산 규모가 커지면 일단 선진국이라 부른다. 물론 선진국이 되면 문화, 국방 등도 덩달아 발전하기는 한다. 그러나 모든 선진국이 강대국으로 불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단순히 국방력이 강해지기만 하면 강대국인가 하면 그 또한 아니다. 하나의 나라로서 제아무리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루어도 국제사회에서 그만큼의 영향력이 커지지 못하면 선진국일지는 몰라도 국제사회가 강대국으로 봐주지는 않는다.

한국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이라고 인정하는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한국의 대표기업은 어느 사이엔가 세계적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한국의 위상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랬던 한국이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과 최근의 G7회의 참석을 계기로 드디어 강대국으로의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비록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한 자리이긴 했으나 G7회의에서 한국은 참여 자격과는 별개로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물론 이번 G7회의의 주된 관심사가 코로나19 방역이었고 한국이 그 문제에 있어서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방역성과를 보인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 못지않게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산업 등 한국이 앞서가는 산업에 함께 하기를 원하는 다른 나라들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지 그 모든 산업이 국내에만 머물렀다면 얻을 수 없는 주목도라 할 수 있겠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한 선택이라 해도 상대국으로서는 당장 자국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기에 큰 호의를 끌어낼 수밖에 없는 게 작금 세계 경제의 현실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보다 질 좋은 일자리의 창출은 각국 정부의 최우선 정책목표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그러니 미국 같은 초강대국마저 한국의 대기업 유치를 위해 한국 정부에도 그 어느 때보다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한때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 저개발국으로 향하던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이 대기업들을 선두로 높아지는 무역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주 수요처인 선진국 내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한지도 이제 시간이 꽤 되어간다.

그렇다고 미국의 호의가, 유럽의 호의가 단지 양질의 일자리 때문에만 생겨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문화적 발전이 함께 따라가는 것 또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지만 이 모든 일들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의미 있는 효과들을 더해준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더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어떻게 나눠지느냐는 점과 아울러 강대국들이 그리는 국제사회의 구도에 우리가 얼마나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동참하느냐는 문제가 더해지지 않으면 단지 호구로 전락할 위험도 크다. 우리의 주체적인 세계전략을 국제사회와 공명시켜나가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외교무대라는 것이 크건 작건 결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두뇌싸움이지만 문제는 자국의 이익과 인류공통의 이익을 얼마나 잘 결합시키고 명분 있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강대국으로 가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갈림길에서 길을 찾게 한다. 그 길을 잃으면 선진국 대우는 받을지 몰라도 국제사회의 인식은 단지 돈만 많은 나라로서 영향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최근 미`일 정상회담이나 G7회의에서 보여준 일본의 모습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자국의 당면문제에 매몰돼 상대하는 국가들의 주된 관심사에는 무지한 행태를 여지없이 보여주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상당히 초라해져 버린 모습에서 거꾸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세계 문명사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의 선두에 설 수 있는 혜안이 있는 지도자가 앞장서야만 진정한 강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동시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이어나가는 일 역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은 꾸준히 저개발국에 대한 국제원조도 늘려왔지만 아직 그 규모는 충분히 크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인상은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호평을 받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 이유의 하나는 도움을 받는 상대국에 대한 공감능력이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일대일로 사업이 여기저기서 원망을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종종 막대한 자금보다는 상대국에 꼭 필요한 기술이 더 요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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