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3기 신도시 토지보상, 어떻게 정해질까?
[전문가 기고] 3기 신도시 토지보상, 어떻게 정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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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부동산 전문 변호사.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부동산 전문 변호사.

최근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됐다. 정부는 3기 신도시로 새 아파트 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3기 신도시가 주택 부족에 단비가 될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의미 있는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듯하다. 사업을 지연시키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주민갈등'이 될 수 있다. 사업구역 내에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이 사업에 협조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사업진행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3기 신도시는 공공택지개발사업 방식으로 조성된다. LH 등 공공사업시행자가 사업구역 내 토지 등을 강제로 수용해서 새 아파트를 짓는다. 이런 사업 방식상 당연히 사업시행자와 토지 등을 강제로 수용당하는 원주민 사이에 보상금을 둘러싸고 갈등이 첨예할 수밖에 없다. 사업시행자는 보상금을 적게 줘서 사업수익성을 높이려할 것이고, 토지 등 소유자 입장에서는 강제로 토지 등을 수용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보상금이라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사업은 한동안 답보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토지 등을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절차는 공익사업법에 규정돼 있다. 사업시행자는 사업구역 내 토지 등의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먼저 토지 등 소유자와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때 협의절차는 흔히 생각하는 '협의'라고 볼 수 없다. 사업시행자가 감정평가로 정해진 보상금을 토지 등 소유자에게 일방적으로 통지하고, 토지 등 소유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의가 결렬되는 순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토지 등 소유자 입장에서는 사업시행자와 제대로 된 협의 한번 해보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법에 따라 수용재결절차로 들어간다.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신청을 해서 사업구역 내 토지 등을 강제로 수용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상금은 어떻게 정해질까? 토지 등에 대한 보상금은 감정평가를 통해 정해진다. 이때 '사업인정고시일을 기준으로 한 개발이익을 배제한 가격'으로 평가된다. 즉, 현 시세대로 보상받는 것이 아니다. 실제 공시지가의 약 1.5배에서 1.8배 수준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 게다가 사업구역지정 이후 오랜 기간 사업이 지연된 곳이라면 사업인정고시일이 수년 전이라서 수년 전 가격으로 보상받게 될 여지도 있다.

또, 개발로 인해 주변 시세는 급등하는데 막상 내 땅은 개발이익이 배제된 가격으로 보상을 받다 보니, 토지 등 소유자 입장에서는 헐값에 내 재산을 빼앗기는 듯한 생각에 억울한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보상금 증액을 요구하며, 사업에 반대하지만 결국 공익사업법에 따른 강제 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을 못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에도 보상금 현실화와 관련해서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졌다. 그때마다 사업의 공공성을 생각해볼 때 개발이익이 배제된 가격으로 보상하는 것이 개인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으며, 정당보상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이 이뤄져 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상 공정시장가격을 기준으로 보상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근거로 ISD 제소한 사례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구체적으로 판단받지는 못했다.

실무에서 토지 등을 강제로 수용당한 분들을 상담하다 보면, 정말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특히 영세한 원주민의 경우에는 일정 면적 이상을 소유해야 가능한 대토 보상 등도 받을 수가 없어, 택지개발로 인해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결국 원주민의 생활환경은 더욱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영세할수록 더욱 그렇다.

물론, 시세대로 보상할 경우 사업수익성이 낮은 공공사업의 경우 다소 진행이 어려울 수는 있다. 그렇다고 기존 원주민들의 토지 등을 강제로 수용하면서, 공공성이 있다는 이유로 시세의 절반가에 가까운 보상금만 지급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너무 낮은 보상기준은 원활한 사업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또, 시대도 변화해서 과거 공공이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도시를 조성하고, 소득수준도 낮아 어쩔 수 없이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보상금을 낮춰야 했던 시절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정당한 보상'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정립돼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도 영국이나 미국 등의 다른 선진국가에서는 개발사업으로 토지를 수용할 경우 '시장가격'에 준해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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