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대환대출 플랫폼' 딜레마···'수수료 갈등' 가열
금융권, '대환대출 플랫폼' 딜레마···'수수료 갈등'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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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도 불만 감지
당국 "협상력, 금융권이 우위에 있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당국이 10월 출시하려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두고 금융권이 사실상 '딜레마' 빠졌다. 플랫폼에 참여하자니 빅테크 종속·수수료 지급 등에 대한 우려가 크고, 그렇다고 불참을 선언하기엔 소비자 편익을 내세운 당국의 눈치가 보여서다.

금융당국은 업권별로 릴레이 간담회를 열고 소통에 나섰으나,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 내에서도 마뜩잖은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플랫폼 구축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신경전에서 플랫폼 업체에 제공해야 하는 수수료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와 관련해 제2금융권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저축은행중앙회와 여신금융협회, 대형 저축은행과 카드사·캐피탈사 관계자들이 참여해 금융위와 대환대출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현재 금융위는 지난 6일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 빅테크 업체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놓고 금융권의 갈등과 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부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

금융위가 오는 10월 출시를 목표로 추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결제원을 통한 대환대출 인프라와 기존 핀테크사들이 운영하고 있던 대출비교 플랫폼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대출상품 비교·중개 서비스를 활용하면 금리 비교가 쉬워지고 은행간 금리 인하 경쟁이 촉진될 것이란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불만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는 상태다. 가뜩이나 빅테크의 공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 플랫폼에 은행들 대출 상품이 공급되는 구조로는 참여가 힘들다는 것.

특히 플랫폼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이미 판매 채널이 다양한 은행 입장에선 수수료가 나가지 않아도 되는 돈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플랫폼의 운영을 맡은 빅테크·핀테크 업체에 대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불하게 되면 수수료에 대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영업점도 있고, 인터넷·모바일 뱅킹이라는 판매 채널이 있기 때문에 굳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플랫폼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수수료를 아무리 저렴하게 하더라도 안 나가던 돈이 나가는 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에 당국은 플랫폼의 수수료율도 금융권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방안도 당근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아직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플랫폼 참여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2금융권도 '난색'···수수료 논란 가중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도 난색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업권별로 입장을 살펴보면 저축은행은 '중립', 타 업권에 고객을 뺏길 수 있다고 보는 카드사는 '반대'로 각각 나뉜 상태다. 상호금융권은 전산 작업 등을 이유로 이미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립'인 저축은행업계에선 내부에서도 미묘하게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판매 채널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참여를 기회로 여기는 반면, 대다수의 업체는 수수료 부담과 뒤처지는 금리 경쟁력을 우려하고 있다. 전날 간담회에서도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수수료 등 우려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홍보를 위해 핀테크 플랫폼과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번 플랫폼도 이런 채널 다양화의 연장선"이라면서도 "대환이라는 게 더 좋은 조건으로 갈아타는 대출인 만큼, 금리 기준으로 따지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무엇보다 수수료를 확실히 낮춰야 금융권의 참여도 유도하고, 당국이 의도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플랫폼 서비스 수수료 등 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간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 의견을 계속해서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금융권의 참여를 얼만큼 끌어낼 수 있느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수수료는 빅테크·핀테크가 아닌 금융권이 압도적인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업계 의견을 청취·반영하는 한편,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아서 금리에 전가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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