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상 신호 '후폭풍'···원·달러 환율 7원 급락
한은, 금리인상 신호 '후폭풍'···원·달러 환율 7원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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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145.1원 마감···장중 한 때 1140원까지 하락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7원이 빠지면서 1140원 초반까지 내려왔다. 이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빠르면 내달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강력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 적은 거래량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7.0원 내린 달러당 114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거래일 대비 0.61% 하락했다. 이날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둔화되면서 3.5원 갭다운한 1145.0원으로 개장했다. 오전 중에는 1147원 후반대까지 올라서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서면서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감 직전 낙폭을 일부 되돌려 1141.5원에 마감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선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이 환율 하락에 직접적인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7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 동결했지만, 이 총재의 발언은 이 총재의 임기 가운데 가장 매파적인 행보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이 총재는 이날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금융불균형'에 따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방역대책·백신접종·2차 추가경정예산 등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세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전망"이라면서 "이처럼 경제 충격이 크지 않다고 한다면 물가상승 및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다음 회의 때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검토할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로 인해 외국 자금이 국내에 몰리게 되고, 이는 곧 원화에 대한 수요를 늘려 화폐가치를 상승시킨다. 실제로 이날 환율은 금통위 기자간담회 발표 직전 오전 11시쯤 개장가보다 높은 1147원 초반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 총재의 강력한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환율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오후 장 중 한 때에는 1140.0원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8일 장중 기록한 1139.7원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연준의 비둘기파적 행보도 환율 하락을 거들었다. 지난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5.4%)가 지난 2008년 8월(5.4%) 이후 가장 높게 집계된 것에 대해 "여전히 장기 물가목표인 2%에 대체로 부합하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은 멀었다"며 완화적 기조를 이어갔다.

적은 거래량도 시장 충격을 부추기는데 한몫했다. 연초 1080원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이 1150원까지 올라서면서 시장에선 환율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반기말까지도 네고(달러 매도) 방향의 거래는 많지 않았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은 "그동안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금통위의 금리 결정 소식을 적극 반영하지 않았지만, 이 총재의 매파적 발언 중 단연 강력했던 오늘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며 "시장에 거래량도 많지 않아 수급상 많은 양이 거래되지 않더라도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은 더욱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환율 하락이 추세적인 흐름으로 이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래 환율 변동 추이를 고려할 때 평균값으로 추정되는 1135원 레벨을 하회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화 강세 흐름으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차장은 "여전히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강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매파적인 발언을 꺼내든 한은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다"라며 "1150원 선을 돌파하지 못하면서 단기 고점은 본 것 같지만, 추가 하락 추이는 다음주로 미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세계 모든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계속 금리 인상 시그널을 주고 있다"면서 "내달 잭슨홀 회의 때 고용·물가 상황이 개선되고 때마침 코로나도 진정되는 시점이 맞물린다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며, 이는 곧 달러 강세와도 연결된다. 때문에 현재의 강(强)달러 흐름은 크게 볼 때 미래 흐름이 시장에 선반영되는 결과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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