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공포' 美 국채금리 5개월만에 최저···10년물 1.19%
'델타변이 공포' 美 국채금리 5개월만에 최저···10년물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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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내채권 시장 변동성 점차 커져
양국 장기금리 비동조화 가능성 대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델타변이 공포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에 커지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퍼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출렁였고, 이는 한국 국채에도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미간의 채권금리가 연동돼 같은 방향으로 '동조화(커플핑)' 현상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흐름은 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을 쯤에는 다시 국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데 한국 국채 금리에는 영향이 적어 '디커플링(decoupling)'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국채금리가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특히 물가상승 가능성을 가장 예민하게 반영하는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전일 거래 대비 12베이시스포인트(bp·0.01%포인트) 하락한 1.192%를 나타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2%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올 7월 들어 하락세가 눈에 띄게 가팔랐다. 2분기 국채 10년물 금리가 29bp 하락했는데, 그중 7월 하락폭이 26bp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국채금리가 급락한 데 영향을 받으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국고채 10년물은 지난 19일 3.6bp 내린 1.972%를 기록한 데 이어 20일엔 7.9bp 하락한 1.893%에 거래됐다. 국내 국고채 금리는 그동안 미국 채권금리와 강한 동조화 움직임을 보여왔다.

미 채권금리와 국고채 금리가 약세인 것은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미국 국채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판단할 때 안전자산에 눈을 돌린다. 이런 이유로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 채권가격은 상승하는 반면 금리와 수익률은 하락한다. 

다만 시장이 의아했던 점은 올 상반기에 미 채권 금리에 대한 상방 압력이 높다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은 미국의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7% 내외로 높게 잡았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큰 상황으로 분석했다. 통상 인플레이션 압력은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트리는데 이 공식이 현실에 적용되지 않았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기대인플레와 기간프리미엄이 각각 -11.9bp, -11.7bp 하락하면서 장기 금리 하락을 견인했다"며 "7월에도 기대인플레 하락과 기간프리미엄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하락. (그래프=한국투자증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하락. (그래프=한국투자증권)

기간프리미엄이란 장기 채권 보유자에게 해당 만기까지 금리 불확실성에 대해 추가로 지불하는 가치를 말한다. 이 수치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은 시장 수급보다는 당국의 정책 메시지가 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금리가 8~9월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국내 국고채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관측된다. 현재 한국·미국 채권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두 채권시장에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가 같이 움직이는 시점은 미국의 소비가 한국 경제 온기로 전달될 때 즉, 한국 수출로 연결될 때"라며 "미국이 내구재 소비를 늘리면 한국 수출이 증가해 국채금리도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 이미 자동차, 전자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대거 이뤄져 올 하반기 미국 소비는 서비스 중심이 될 것"이라며 "8~9월 기점으로 미국채 금리가 상승할 전망인데 한국 경제에 영향력이 제한되는 서비스 중심 소비가 이뤄진다면 국내 금리는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강한 연동성을 보이던 두 채권시장의 연동 정도가 약화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는 점도 주목했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따라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미 국채와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와의 상관계수는 0.83로 나타났다. 2011~2020년까지는 0.57,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4~2007년엔 0.3 수준이었다. 1에 가까울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빈도가 높다는 의미다.

한 시장 관계자는 "올해 들어 미국 국채와 한국 국채의 연동 정도, 영향 정도가 줄어들었다"며 "예컨대 코로나19 이전의 연동 정도를 50%라고 하면 미국에서 금리가 2하락 시 한국에서는 1정도가 떨어졌는데, 현재는 25%만 연동돼 0.5가 하락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는 미 국채 장기물 금리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아직까지 우세하다"며 "연준이 고용지표와 물가상승률을 확인하고 7~8월부터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보낸다면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각국 당국 정책에 따라 채권 금리가 꺾이는 상황이 몇번 있었다"며 "정책방향과 채권시장 기대심리에 따라 양국의 국채금리 방향도 갈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동안 미국채 금리가 박스권인 1.1~1.4%를 횡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기 금리의 추가 하락 여력도 다소 줄어들 여지가 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의 추가 하락 여부가 향후 장기 금리 방향성에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안재균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대인플레이션 반등은 아직 요원하다"며 "현재의 재확산세 진정 전까지 미국 장기 금리 상승 전환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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