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 급락인데 웬 상한가?···탄소배출권 시세 '혼돈'
[단독] 20% 급락인데 웬 상한가?···탄소배출권 시세 '혼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래소 "배출권에 '기세제도' 적용···기준가격 표시되지 않아 혼동 발생"
김태선 NAMU EnR 대표 "이행년도별 제도·수급 달라 왜곡 발생···개선돼야"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의 탄소배출권 21년물(KAU21) 거래 시세 (사진=웹사이트 캡처)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의 탄소배출권 21년물(KAU21) 거래 시세 (사진=웹사이트 캡처)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박조아 기자] 21년물 탄소배출권(KAU21) 가격이 전날에 비해 하락했음에도 전일대비 가격은 상승한 것으로 표기돼 시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거래소 측은 '기세 제도'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불과 한 달 뒤엔 휴지조각이 되는 20년물(KAU20) 종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오히려 왜곡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KAU21의 전일대비 등락 금액은 지난 6월 16일 9.71%(1500원) 오른 것으로 기록된 이후 7월 8일까지 17거래일 내내 9~10%(상한가 10%) 상승한 것으로 표시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전일대비 가격 등락은 6월 16일 -13.96%, 17일 -6.78%, 18일 -9.49%, 21일 -8.39%, 23일 -19.79%, 30일 -3.87%, 7월 2일 -0.85%, 6일 -8.53%, 8일 -2.31% 등 9거래일에서 표기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실제 전일대비 거래가격과 표기가 다른 사례는 올해 들어 총 25거래일이나 된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KAU21이 매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거래소 데이터에 오류가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거래소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기세제도'가 적용됐는데, 데이터 항목에 기준 가격이 표시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세제도는 거래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호가가 있을 경우 시장의 흐름을 주가에 반영하기 위해 다음 영업일에 이를 적용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2만원으로 장을 시작해 상한선(10%)인 2000원 오른 가격에서 호가가 나왔다가 거래없이 종료되면 이를 종가로 인정하고, 다음 영업일 2만2000원부터 장을 시작하는 식이다.

현재 KAU21은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호가만으로 8거래일 후엔 2배(4만2870원)까지 오르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거래소는 '배출권 거래시장 운영규칙'을 정해두고 있다. 시행세칙 제14조 3항을 보면 △직전 매매거래일에 매매가 없었고, △종가가 지표 배출권의 상한가나 하한가(±10%)를 넘어설 경우 지표배출권의 기준 가격(전일 종가)에서 장이 시작된다. KAU21의 지표배출권은 이행년도가 가장 최근인 KAU20이다.

하지만 이 제도 때문에 표기에 오류가 발생한다.

6월 16일을 기준으로 보면 전날인 15일 KAU21은 거래없이 호가인 1만9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KAU20의 종가는 1만5450원이었고, KAU21과 22%(4250원)의 차이가 생겼다.

6월 15~24일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
6월 15~24일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

이에 거래소는 16일 KAU21의 기준가격을 KAU20의 전날 종가(1만5450원)로 설정했고, KAU21이 또 거래없는 호가 1만695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전일대비 가격 등락은 +9.71%(1500원)로 표기됐다. 표기는 상한가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하한가를 넘어 전일 대비 13.96% '폭락'했다.

더 큰 문제는 현행 제도가 배출권의 실제 거래 가격까지 왜곡한다는 것이다.

KAU20은 다음달 잔여 배출권이 소각돼 시장 자체가 사라진다. 주식으로 치면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KAU21은 거래 가능한 기간이 1년이나 남은 시점이라 기대감을 반영한 호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기세제도로 인해 KAU20과 강제로 키 맞추기를 해야 한다.

지난 6월 21일의 경우 최근 한 달 중 유일하게 매매가 이뤄지면서 전일대비 1150원(9.62%) 오른 1만3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 거래없이 호가 1만440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23일 거래에 기세제도가 적용(KAU20 22일 종가 1만500원)돼 상한가를 기록했음에도 1만1550원(전일대비 -19.79%)으로 폭락했다. 

거래소 측은 8월 이후 KAU21의 거래가 활성화되면 이 같은 문제는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왜곡 우려에 대해서도 실제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만큼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배출권의 제도와 수급상황이 해마다 다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탄소배출권 전문 리서치 기관 나무(NAMU) EnR의 김태선 대표는 "KAU20과 KAU21은 계획기간이 달라 이월제도가 상이하고, 수급 상황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차이가 나는 등 성격이 완전이 다르다"며 "현행대로라면 매년 상반기 배출권이 중첩되는 시기마다 시장 가격 왜곡이 발생해 시장참여자들이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 가격 적용 방식 등을 개선해 시장참여자들의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전년도 종가와 당해년도 종가를 평균해 적용하면 현재의 기세 상하한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