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적과의 동침'···빅테크와 손잡고 '개인사업자 모시기'
은행 '적과의 동침'···빅테크와 손잡고 '개인사업자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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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협업 통해 새 기회 모색···우량고객 찾기 위해 제휴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들이 빅테크 기업과 손잡고 '개인사업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은행과 빅테크는 디지털 금융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치지만, 선택적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시장 포화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 등으로 가계대출 시장에서 벽에 부딪힌 은행들이 '적과의 동침'까지 마다하지 않고 새로운 우량 고객군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개인사업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전용 대출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고 네이버 온라인 판매채널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을 내놨다.

대출한도는 최대 4000만원이다. 상환방식은 △만기일시상환 △분할상환 △통장식상환(마이너스통장)으로 나눠 고객이 자금 수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스토어 매출대금을 우리은행 계좌로 입금하거나 우리은행에서 비대면 사업자 전용 통장을 이용할 경우 최대 0.8%p의 대출금리 혜택도 제공한다.

대상은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사업기간 6개월 이상의 개인사업자다.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에서 대출한도와 금리를 확인한 후 대출신청을 하면 '우리WON뱅킹 기업' 플랫폼에서 계좌개설·대출약정 등이 가능하다.

사업기간을 6개월 이상 유지해야 하는 조건을 단 것은 개인사업자들 가운데서도 우량고객을 골라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반 직장인들이 입사 후 바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과 같다"며 "사업자들도 최소한 6개월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스토어에 입점해 있어야 앞으로도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보고, 대출도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통신사 KT와 손잡고 상권분석 플랫폼 '잘나가게'에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한도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잘나가게는 KT의 상권분석 플랫폼으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상권 유동인구, 매출, 업종 트렌드 등의 정보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잘나가게에 비대면 사업자대출인 '쏠편한 사업자대출'의 한도와 금리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탑재했다. 잘나가게 이용 소상공인은 신한은행의 대출 한도와 금리를 조회하고 대출 실행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잘나가게를 통해 사업자대출을 신규하는 고객을 대상으로는 연 0.2%p의 우대금리도 제공한다.

개인사업자가 새로운 고객군으로 떠오르면서 전용 신용평가모델 개발에 착수한 은행도 있다. 그동안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는 사업주의 개인 신용정보에 근거하고 있었다. 사업체의 규모나 성장가능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실제로는 건실한 사업체라도 우량고객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전용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해, 새로운 우량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은행권의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한국신용데이터와 '데이터기반중금리시장혁신준비법인(중금리혁신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자영업자 경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곳으로, 전국 80만곳의 사업장을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다. 서비스는 금융위원회 허가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개인사업자의 미래 성장성과 같은 부분도 좀 더 정교하게 신용평가모델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며 "데이터가 부족해 우량고객으로 분류되지 못했던 분들을 새롭게 발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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