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터넷은행 '스톡옵션' 열풍···잘못 쓰면 독(毒)
[기자수첩] 인터넷은행 '스톡옵션' 열풍···잘못 쓰면 독(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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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열풍이 불고 있다. 케이뱅크가 최근 전 임직원 320명에게 총 210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설립 5년이 채 안 된 신생 기업인 만큼 자리를 잡기 위해 고생한 직원들에게 보상을 하면서, 한편으론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임직원에 과도하게 혜택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직원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직원 고충을 살피지 못한 스톡옵션 남발이 오히려 직원 사기를 떨어트리는 결과가 된 셈이다.

케이뱅크가 올해 4월 서호성 은행장에게 제공한 90만주까지 합하면 올해에만 총 300만주의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셈인데, 이 중 임원을 제외한 일반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비중이 많지 않은 탓이다.

스톡옵션 210만주 가운데 85만주는 이풍우 사내이사를 포함한 9명의 임원에게 돌아갔다. 적게는 8만주부터 많게는 18만주까지다. 일반 직원 311명은 125만주를 받게 되는데, 이를 균등 배분할 경우 직원 1명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은 4000주다.

스톡옵션이 성과 보상과 동기 부여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임원진에 더 많이 부여되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케이뱅크에서 스톡옵션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해당 임원들이 임기를 시작한지 반년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어서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는 그동안 여러차례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자본확충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대출 영업이 1년간 중단되는 등 어려운 시기도 지나왔다. 힘든 시기를 버텨온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제 갓 케이뱅크에 합류한 임원진에 혜택이 집중되는 상황이 반가울리 없다.

케이뱅크의 한 직원은 "왜 소수의 임원에게 집중됐는지 물었더니 회사는 많은 수에게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직원들의 박탈감과 억울함이 아니더라도 깜깜이식으로 스톡옵션 부여가 행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케이뱅크 내부 갈등은 최근 전 직원에 스톡옵션을 부여한 토스뱅크의 상황과 대비된다. 토스뱅크는 이달 초 입사 1년이 넘은 임직원 30명에게 총 68만주의 스톡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홍민택 대표와 박준하 최고기술책임자(CTO)에 각각 6만주가, 다른 임직원 28명에게 각각 2만주가 부여됐다.

앞서 토스뱅크는 올해 초에도 정규직 입사자에게 1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겠다는 '파격조건'을 내세우기도 했다. 당시 토스뱅크의 '통큰' 스톡옵션 규모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 실제 '스톡옵션'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시세차익 기대감을 심어준다는 것 자체가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증표가 될 수 있어서다. 더불어 핵심 인재 확보도 가능해진다.

반면, 직원 고충을 살피지 못한 스톡옵션은 오히려 기업가치를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케이뱅크 내부에서 일고 있는 스톡옵션 논란이 가벼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기업가치 18조원의 카카오뱅크와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 빅테크·핀테크 공습 가운데서 성장을 도모해야 할 케이뱅크는 갈등 봉합에 소모적인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덤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경력직 채용에 나선 경쟁사에 인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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