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명승부' 가린 지상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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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잘 싸웠다. 지난 31일 저녁 한일전 여자배구에서 8강 진출을 놓고 벌인 경기는 흥미로웠다. 5세트까지 팽팽하게 경기를 이어가던 중 5세트 초반에 우리가 밀리는가 싶더니 박정아의 공격이 먹히면서 전체 선수들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상대방의 범실과 우리 측 공격이 먹히면서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런데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지상파TV 채널 4곳을 여기저기 돌려보았으나 야구와 축구 등 남자 경기만 진행중이었다. '빅 매치'로 알려진 관심 종목들이 이날 저녁 비슷한 시간대에 경기가 진행되니 지상파들이 각자 역할분담해 중계하지 않을까 하는 것은 잘못된 예상이었다. 한참을 채널을 돌려 50번대의 한 케이블TV 채널에서 중계하는 것을 보고 배구 응원을 했다.

일본은 주전 고가 사리나의 공격이 매서운 등 기량이 뛰어났다. 그는 다리 부상까지 당했으나 출전했다 한다. 세계 랭킹에선 우릴 앞서는 일본이다. 때문에 우리가 질 확률이 크다고 지레 예상하는 곳도 많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연경 선수가 기대에 어긋남 없이 잘 해주었고 우리 선수단 팀워크도 대단했다. 5세트에서 아슬아슬 이러다 지는 것 아니냐는 애탐도 박정아의 분위기 반전에 기우였다. 스포츠가 그렇지만 사실 모든 게 정신력이 아닌가 하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경기였다.

김연경(30득점)에 이어 21점을 득점한 양효진의 공도 컸다. 앙효진은 블로킹과 서브득점으로 결정적인 순간 일본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이렇듯 각자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며 이룬 팀워크의 결실이다.

극적으로 8강 진출이 확정되자 시청자는 환호했고 언론도 대서특필했다. 지상파 모든 곳이 중계했던 남자 야구와 축구는 아쉽게도 각각 미국과 멕시코에 패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의아해 했다. 야구와 축구 경기가 끝나자 경기 막판이 진행중인 한일 전 여자 배구를 지상파에서 틀어줬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은 의문을 품었다. 특히 공영방송 KBS는 1과 2 채널이 두 개임에도 여자 배구를 처음부터 아예 중계해 주지 않았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민들은 상업광고에다 높은 연봉 구조 및 경영개선의 지지부진 등으로 수신료 인상에 대해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중계 사례는 시청자들에게 또 점수를 잃은 KBS의 판정패였다.

KBS 수신료는 전기료에 묶어 강제로 내게 만드는 통합징수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 상업광고에다 중간광고까지 도입된다. KBS는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자사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수익원이 덤으로 생기는 셈이다.

이 가운데 KBS는 방송법 및 관련 규칙에 따라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52% 인상하는 수신료 인상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정부와 국회에서 이후 절차에 따라 오케이하면 조만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KBS는 공영방송이라고 치장돼 있지만 다른 방송과 무슨 차이인지 쉽게 구분이 안간다. 하나밖에 없는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신중해야 겠지만 KBS의 체질개선은 국민의 채널 선택권 측면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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