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도쿄올림픽 통해 본 의식변화
[홍승희 칼럼] 도쿄올림픽 통해 본 의식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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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폐막이 다가오는 이번 도쿄올림픽의 참가선수들을 대하는 한국인의 반응은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선수들의 결과를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도 달라졌지만 참가 선수들 또한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에 따른 행동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은 경기를 보는 누구나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예전에는 올림픽이라면 무조건 메달, 그것도 금메달만 쳐다보고 환호하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에 주로 박수치고 호응한다. 비록 원하던 메달을 따지는 못했어도 국민들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낼 만큼 여유로운 자세를 보여주며 이렇게 변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서로 놀라워하고 있다.

애초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강행된 이번 도쿄올림픽에 한국선수단이 참가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게다가 선수촌에 방사능 우려가 매우 큰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사용한 식사가 제공된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더욱 껄끄러운 상황에서 선수단이 출발했기에 국민들은 '성적'보다는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더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도쿄의 방역상황과 선수촌 환경 등을 신경 쓰고 편파판정에 우리 선수들이 상처받을까를 염려한다. 관중없는 경기에서 홈어드벤티지를 누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지 올해 도쿄올림픽에서는 그 어느 올림픽보다 오심, 편파판정의 정도가 더 자심해 보이기에 우리 선수들에 대한 걱정도 더 크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 개수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물론 메달을 따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고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종합 메달순위 몇 등이라는 것보다는 개별 경기 자체에 더 몰입하고 그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얼마나 멋진 경기를 펼치는지에 더 집중한다.

이는 관전하는 국민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선수들도 예전처럼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느니 하는 안타까운 반성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하고 실패할 수도 있는 게 운동경기인데 그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죄인으로 만들던 과거의 올림픽 관전문화가 이제 사라진 것만 같아 반갑다.

적어도 이번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참가하는 올림픽이지만 경기의 승리를 개인의 성취로서 충분히 즐기고 또 메달을 놓쳤더라도 자신이 최선을 다한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의 모습에서 감동적인 스토리를 발견해내고 기꺼워하는 국민들의 응원에 선수와 국민이 한마음이 되는 기쁨이 배어나온다.

이런 의식의 변화는 한국인들이 어느덧 메달 하나로 국격을 운운하는 단계는 벗어났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정부와 국민들이 함께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국가적 자부심이 커진 결과일 것이다.

전 세계가 팬데믹 상황에서 질병의 위협으로 고통받는 것 못지않게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그런 속에서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매우 잘 이겨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좋은 경제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를 넘어서며 이미 팬데믹 이전 상황으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그리고 그간 국제기구 여기저기서 '선진국' 명찰을 달아줬지만 올해는 유엔에서도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 그런 한국의 성장에 더해 방역모범국이라는 세계적 찬사까지 얹어지며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자부심으로 당당해졌다.

세대별로 가장 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열등감의 정도다. 일제 식민지 시대 막바지를 경험한 세대부터 6.25의 참혹한 상처를 껴안은 세대, 전후의 배고픔을 겪은 세대를 거쳐 산업화, 민주화의 시대를 통과한 세대까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세계 속에서 약하고 가난한 나라 국민으로서의 열등감이 내재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 20, 30대에게 더는 그런 열등감이 사라진듯하다. 2002년 월드컵에서도 이미 그런 징조들은 발견됐지만 올해 올림픽을 통해 국제사회 속에서 열등감 없이 당당해진 젊은 세대들의 모습이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국가대표의 길을 가지만 결국 그 모든 결과는 개인의 성취임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또 그런 선수들을 보며 국민들 또한 함께 즐거워한다. 우리가 경제, 정치, 사회적 성장과 더불어 의식 또한 더 건강해진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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