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현금성 자산 73%' 배터리 자회사에 몰아준다
SK이노, '현금성 자산 73%' 배터리 자회사에 몰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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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사업, 투자 타이밍이 최우선"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을 키워드로 한 비즈니스 전환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을 키워드로 한 비즈니스 전환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성공을 위해 현금성 자산 등 리소스를 집중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보유중인 현금성 자산 2807억원의 약 73%인 2049억원을 SK배터리에 몰아주기로 했다. 단기금융상품(총 2358억원)도 대부분 SK배터리(1721억원)로 이동한다.

배터리 생산라인에 자원을 집중해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수주 잔고는 130조원, 1테라와트 수준이다. 향후 미국, 중국, 헝가리 등 글로벌 거점의 생산 능력 확대에 따라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등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향후 이뤄질 기업공개(IPO)를 통해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 등에 투자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는 전략이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지난달 1일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은 리소스를 충당하는 게 우선 순위"라며 "최근 2~3조원의 투자가 매년 있었고 투자 타이밍을 높이기 위해 빠른 시기 IPO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분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배터리 사업 성장성을 고려하면 현재 저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 등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에 반영된 배터리 사업 가치는 3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국 CATL의 시가총액은 200조원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이 과도하게 저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창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중장기적 사세 확장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 판단한다"며 "친환경 중심 성장 전략은 가속화될 전망이며, 폐배터리 메탈 재활용 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 한 LG화학의 경우에도 지난해 9월 발표 직후 주가가 다소 하락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 기대감 등으로 다시 급등해 올초 1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현재는 고점에 비해 하락한 80만원대에서 거래되는데 배터리 분할 발표 당시보다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지주사 할인은 불가피하다고 일부는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떼어내고 나면 SK이노베이션은 사실상 지주회사로서의 역할만 남게 된다. 지주회사는 자체 사업보다는 M&A와 자회사의 영업이익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분할로 향후 기업공개(IPO)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과 지주사 할인 반영 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며 "포트폴리오의 딥 체인지(Deep Change)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을 투자해야 할 포인트가 하나씩 삭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의 지분 매각에 따른 이익 감소를 상쇄하고 자체 생존이 가능한 선순환 사이클로 진입시키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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