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혁신금융서비스' 발판 신사업 모색···'차별성' 과제
보험업계, '혁신금융서비스' 발판 신사업 모색···'차별성'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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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비중 10%
구독보험, 혁신금융+구독경제···소비자 반응 好
유사서비스로 차별화 '난항'···출시도 '오리무중'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보험사들이 '규제의 틀'을 넘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접목한 보험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금융 당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금융 신대륙' 개척하기 위해서인데, 유사 서비스 승인 사례가 많아 차별화 전략 수립에 애를 먹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11일 금융규제 샌드박스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9년 4월 규제 샌드박스 시행한 이후 약 2년4개월 동안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는 총 153건이었다. 그 중 전통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10.45%(16건)고, 출시된 서비스는 10건이다.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서비스를 지정받은 카드사(27건)와 비교하면 적은 숫자지만 은행권(16건)과는 같은 수치를 나타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각종 규제로 실행이 어려운 금융서비스를 최장 4년간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제도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규제 특례가 부여돼 현행법에 근거가 없거나 금지되는 경우에도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테스트 경과를 바탕으로 규제 자체를 개선하기도 한다.

보험사들은 이 제도를 통해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점점 쪼그라들고 있는 보험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최근 한화생명이 업계 최초로 출시한 '구독보험'도 이 정책을 통해 선보일 수 있었다. 기존 법상으로는 보험상품은 보험금을 현금 이외 다른 방식으로 제공할 수 없지만, 한화생명이 지난해 11월 '포인트 플랫폼을 통한 보험금 지급 서비스'를 혁신금융으로 지정받으면서 '포인트 지급'에 대해 특례를 적용받았다.

이에 더해 한화생명은 포인트 지급 서비스에 '구독'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혔다. 매월 낸 보험료에서 중도보험금을 포인트로 돌려받아 이마트, GS25, 프레시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고객이 낸 보험료보다 포인트 혜택이 더 크고, 만기를 채우면 소정의 현금과 이자를 만기 보험금으로 환급해준다. 사고·위험대비에 머물렀던 보험의 기능이 생활·혜택보장으로 확대됐다는 평가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포인트 지급 서비스에 구독이라는 경제를 접목했다"며 "출시한 지 한달이 안돼 수치적인 결과는 당장 집계할 수 없지만, 고객들이 홍보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문의할 정도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손해보험이 지난 2019년 출시한 '온오프(On-Off) 해외여행자보험'도 흥행에 성공한 사례다. 특정 기간 내 해외여행자보험에 반복 가입할 때 설명이나 공인인증 절차 없이 간편하게 가입·해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여행보험 가입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스위치(On-Off) 방식'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상품은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3만600여건이 판매됐는데, 이 덕에 해외여행자보험 가입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혁신지정 서비스는 상품·서비스뿐만 아니라 캠페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캐롯손해보험은 'T map 및 D-tag를 활용한 안전운전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고, 안전운전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는 'T map x Carrot 퍼마일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안전운전 미션을 충족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이 캠페인은 사회 공익적 측면·보험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지만 본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고심하고 있는 보험사들도 적잖다. 앞서 지정된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로 규제 특례를 받은 경우 '표절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선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신청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서비스 틀을 갖추고 있어 특례 지정 이후 해법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 출시가 지연되는 배경에는 수익성 고민, 차별화 고민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며 "유사한 서비스를 신청한 보험사들이 많은데, 한 곳에서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또 준비하던 서비스 방향도 수정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엔 서비스 출시가 지연되거나 방향성을 잃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지난 2019년 11월 '기업성 보험 온라인 간편가입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고 지난해 4월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정식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현대해상도 지난해 4월 금융위로부터 '온라인 플랫폼 활용 모바일 보험 쿠폰 서비스'에 대한 테스트, 서비스 출시 권리를 획득했지만 아직 해당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앞서 출시된 유사한 서비스가 있어 다른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금융서비스를 관리하는 금융위원회 금융규제샌드박스팀에서도 출시 지연과 비슷한 서비스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는 당연히 출시를 염두에 두고 신청·심사까지 받지만, 개발 지연 등 내부적인 사정에 의해 당초 계획과는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며 "사실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검증이 안되면 출시가 힘들기도 하고 회사 내부 전략에 의해 출시가 지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혁신·제도개선이라는 목적에 맞게 서비스 출시가 이뤄지도록, 중간보고 등을 활용해 최대한 소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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