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백신 수급 차질에 애꿎은 삼성만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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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전자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전자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사회적 혼란은 물론, 자체접종을 실시하려던 산업계 현장에서도 혼선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소환돼 관심이 모아집니다. 

삼성과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급부상한 것인데요. 공급 부족 사태를 겪는 백신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이 부회장과 삼성에게 '백신 특사' 역할을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내외 경제위기 상황에서 삼성과 이 부회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결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이면 이 부회장은 '영어의 몸'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반대 여론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는 만큼 경영에 복귀해 그간 총수 공백으로 지지부진했던 삼성의 미래 투자와 글로벌 경쟁 대응 등에서 큰 역할을 해주리란 기대도 있습니다.   

이 같은 기대를 인지한 듯 가석방을 최종 승인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정부 여당은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에서 삼성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는 당부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무부의 가석방 발표 30분 뒤 내놓은 구두 논평에서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이 부회장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위탁생산을 하게 되는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더나 백신이 국내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올 5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는 이달 말 모더나 백신의 완제품 시범생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에 공급될 백신은 아니지만 모더나 공급 일정 협상에서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달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정·재계에서 해외 인맥을 바탕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 온 이 부회장과 풍부한 글로벌 자원과 네트워크를 가진 삼성은 국가적 현안에 앞장서왔습니다. 실례로 이 부회장은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2019년 7월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진단 키트와 최소 잔여형 백신 주사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삼성전자의 제조 노하우를 전수해 생산량을 늘리는데 도움을 줬고, 마스크 대란 당시에는 마스크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해외 지사들이 나섰습니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에서도 이 부회장과 삼성의 역할을 기대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백신 수급 문제로 이 부회장과 삼성의 책임감이 막중해진 가운데 사업장의 제조현장에서는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업장 내 의료시설을 통해 자체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있는데 백신 종류와 일정이 잇따라 변경된 탓입니다. 

앞서 지난달 대기업 자체 접종 백신이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급하게 변경된 데 이어 최근 1·2차 접종간격이 4주에서 6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보건당국은 사내 접종을 실시 중인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당초 4주인 1·2차 접종간격을 6주로 연장해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삼성 계열사들은 지난 10일 사내망을 통해 해당 사실을 전했습니다. 

당국은 늘어난 접종 간격이 백신 효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접종 당사자인 직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화이자는 3주(21일) 후 2차 접종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인데 간격이 두배나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달 19일 정부는 백신 수급 차질을 인정하고 삼성, 현대차, 기아,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자체 접종을 검토했던 대기업들에게 접종 백신이 기존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변경된다고 알렸고 이후 기업들은 같은달 27일부터 1차 접종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특히 실제 접종 일정과 휴가자 등에 맞춰 정해진 현장 조업순번과 공장 가동 일정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불편도 따릅니다. 문제는 현재 정부가 백신 수급 지연으로 인해 2차 접종 시기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제때 백신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재연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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