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실수요자 혼란 가중
[초점]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실수요자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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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임대주택 세금 혜택 현행 유지 가능성↑···장특공제는 깐깐
전문가 "일관성 없는 정책변화···입법기관, 표에 따라 제멋대로"
서울 시내 전경. (사진=노제욱 기자)
서울 시내 전경. (사진=노제욱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하루밤 자고 나면 바뀌는 등 오락가락 하고 있다. 지난달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를 전면 백지화한데 이어 폐지하겠다고 했던 민간 임대사업자의 양도세 혜택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설익은 대책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더욱 강화하기로 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집권 여당의 일관성 없는 정책들이 지속되면서 시장 불안을 해소해야 할 당정이 오히려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폐지하겠다던 임대사업자의 '양도세 배제' 혜택을 유지하는 쪽을 가닥을 잡았다. 전세난이 심해진 데다, 임대사업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민주당 대변인은 현재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야권과 업계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상황이 바뀌기는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월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하고,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양도세 등도 추가연장 없이 정상과세 전환할 방침이었다. 민간 임대등록사업자에게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줄이면, 임대 말소 후 매물을 시장에 나오며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 인식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으로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한 후 범주를 다세대·다가구 주택까지 확대했다.

7.10대책에 따라 지난 3월 폐지 유형에 속해 의무 임대 기간 종료로 자동말소 된 전국 등록임대주택은 46만7885가구였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과 달리 시장에 매물이 대폭적으로 출회되지 않고 오히려 증여가 계속 늘어나면서 매물 잠김만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1년간(2020년 7월~2021년 6월) 월평균 증여 건수는 1980건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당시 월평균 617건과 비교하면 약 3배가 늘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말소된 가구도 다수는 아파트가 아닌 임대를 위해 지어진 소형 면적의 빌라 등이 많아, 이걸 팔기도 애매해서 다시 임대를 주는 형식으로 진행한 경우 많았다"며 "다만 임대주택사업자들이 등록 말소로 되다 보니 혜택이 줄어 착한 임대료 등이 지켜질 수 없어 오히려 임차인에게 세부담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해당 제도를 바꾸는 것이 공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제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당정이 설익은 대책으로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가 번복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도입 시기부터 위헌 논란이 일었던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철회했다. 전세난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당정이 백기를 든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갈 지(之)자' 행보로 시장의 혼선을 부추기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책의 일관성 없이 내년 대선을 의식한 말바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당정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4명은 2023년 1월1일부터 다주택자의 최종 1주택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조건을 최종 1주택자가 된 날부터 기산하도록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2일 발의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의하면 다주택자가 주택 한 채만 남기고 모두 팔아 1주택자가 됐을 때 남은 1주택을 최초 취득한 시점부터 보유·실거주한 기간에 따라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더라도 1주택이 된 시점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다시 계산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최소 3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뒤부터 받을 수 있는 만큼, 1주택이 된 후 3년 이내에 남은 1주택을 매각할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없다.

이 외에도 양도차익에 따라 장특공제가 차등적용 되는 사항도 있다. 예를 들어 10년 이상 실거주한 주택을 매각해 15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했다면, 현재 양도세를 80% 공제받을 수 있지만 개정 이후에는 50%로 차감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을 계속 오락가락 던지며 일관성이 없이 처리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가장 안좋은 방법이다"며 "부동산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집권 여당이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니 표에 따라 제멋대로 던지는 느낌이라 시장에서도 정책에 매물을 내놓는 이들이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지금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재건축 실거주처럼 언제 바뀔지 어떻게 아느냐"며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냉소적인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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