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파업 갈림길에 선 HMM의 '아이러니'
[기자수첩] 파업 갈림길에 선 HMM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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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사회는 개인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협력'으로 이뤄진다. 결국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도, 개척할 수도 없는 존재다.'

이는 최근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난항으로 파업위기에 봉착한 HMM 사태를 두고 기자가 곱씹게 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의미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은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3889억원의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전분기 세운 최대 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웠다. 증권가에서는 HMM의 올해 영업이익이 5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쏟아질 정도로 전망이 밝다.

축배를 들어도 모자란 이 시간 속 HMM의 내부 분위기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창사이래 첫 파업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현재 해운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해상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HMM의 파업이 현실화될 시 부산항에 기항하거나 출항하는 모든 선박들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커 국내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라며 탄식을 내뱉고 있다.

파업을 외치는 육·해상 노조도 이 같은 예상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 여전히 타협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노조는 "파업카드를 꺼낸 건 수년간 임금동결에 임해오며 어려운 회사를 위해 피땀흘린 직원들의 희생을 생각해달라는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도 국적선사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사측도 당초 외부 컨설팅을 통해 동종업계와 비슷한 임금은 맞춰주지 못해도 최소 11.8%의 인상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배후에 있는 채권단 산업은행의 압박 때문이다. 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나 아직 회수하지 못했기에 아무리 실적이 좋다 한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좀 더 인내하라는 것이다. 이에 타협을 위한 대화 자체의 진전이 불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치의 실적,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만선 행진. HMM의 이 같은 성과는 단순히 경제가 회복돼서 뚝딱 달성한 게 아니다. 전 세계 각지로 향하는 항해사, 선박의 안전을 점검하는 정비사,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동향에 대비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힘을 모아온 직원들. 이들이 모여 기적같은 엔지니어링을 이끌어냈다.

이번 임단협이 HMM의 터닝포인트가 돼 더 넓은 바닷길을 항해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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