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아프간철수로 중국 포위전략 완성?
[홍승희 칼럼] 아프간철수로 중국 포위전략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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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탈레반이 진격, 숨 돌릴 틈도 없이 전격적으로 아프간을 접수했다. 그 속도에 전 세계는 경악했지만 미국이 과연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미국 정부가 세운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이 진격하자마자 대통령이 돈다발 싸들고 잽싸게 해외로 도피한데서도 보이듯 썩을 대로 썩어 있어서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피해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판단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스로 지킬 의지도 없이 부패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했듯 미국 이익에 반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탈레반의 미국 테러를 이유로 들어간 아프가니스탄 땅을 다른 누구도 아닌 탈레반에게 대가 없이 넘겨줄 게 뻔한 상황에서 후속 대책도 없이 철군했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이제까지 미국의 대외관계로 미뤄볼 때 탈레반과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보는 게 오히려 합리적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은 중국 신장 위구르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게다가 이슬람 원리주의를 앞세운 탈레반과 이슬람신자들이 대부분인 위구르인들이 종교적 탄압을 당하고 있는 두 땅이 연결된 지리적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미국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지금은 소멸한 것으로 알려진 IS 잔당들이 위구르 지역 근방으로 이동했다는 소문들이 돌고 있었다. 음모론으로 치부될 수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둘 다 이슬람 성전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고는 하나 서로 노선이 다른 IS와 탈레반이 신장 위구르를 노릴 위치에서 경쟁하게 된다면 중국이 그 쪽으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중국이 신속하게 탈레반과 협정을 맺고 아프간을 통해 탈레반 전사들을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소식이 나오자 곧바로 미국이 탈레반에게 아프간 인권문제를 얘기하는 것으로 들릴 암호 같은 경고를 날린다.

미국은 지금 중국의 기세를 꺾지 않으면 곧 추월당하며 미국의 이익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 속을 다 파 먹힐지도 모를 위기감을 갖고 있다. 중국의 위세가 단순히 국력만 커진 것을 넘어 미국의 발밑 땅을 갉아내는 세계전략을 취함으로써 그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미국의 힘을 대표하는 월가의 금융자본들은 미국의 국가 이익보다는 자본논리에 의해 중국 편들기 수준을 넘어서는 로비를 펼친다. 당장 미국의 금융자본들이 미국 대신 중국을 택할 리는 없겠지만 어차피 자본은 자본의 논리를 우선해 움직이는 속성을 가진데다 이미 글로벌 경영을 하는 거대 금융자본들 입장에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는 정부나 의회와 충돌하거나 로비를 더 늘리며 국익에 반하는 행동에 나설 위험성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내외적으로 지금 매우 다급한 상황에 몰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을 향해서도 중국에 더 가까워지지 않도록 단속하고 미국과의 파트너 십을 강조한다. 물론 중국과는 갈등하면서도 끊임없이 교섭을 이어가고 그러기 위해 대만은 적당히 지렛대로 활용하지만 완벽한 신뢰도 보여주지 않는다.

일본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자 일본에 대해서도 이전과 다르게 꽤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 물론 일본의 경제적 침몰과 산업의 쇠퇴가 갈수록 뚜렷해지기 때문도 있지만 동맹으로서의 신뢰에 금이 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겠지만 일본이 당황할 만큼 근래 들어 미국이 일본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긴 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은 분명 중국의 힘을 현재보다 대폭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고자 할 테지만 그렇다고 꼭 자국의 무력을 투입하는 방식은 아닐 수도 있다. 워낙 강대국들 간의 문제이니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위험성이 클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상황이 가라앉으면 지금 경황없는 인도까지 나서도록 판을 깔고 다방면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무력시위를 거두지 않을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국익을 위해 끝내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동참해야 할 시점이 올 경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런 계산 위에 미국이 북한을 중국 쪽에서 끌어내오는데 훼방 놓지 않도록 달래고 만주지역에 대한 우리의 연고권을 납득시키는 밑작업을 시작할 때다. 더해서 러시아에게도 미국이 아닌 한국의 대중 정책에 최소한 중립을 지키도록 설득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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