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한많은 비빔밥
[김무종의 세상보기] 한많은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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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뮤직비디오 신곡 제작 현장에 직접 참여해 봤다. 트로트 장르로 제목은 ‘한많은 비빔밥’. 무슨 비빔밥이 한이 많을까? 단역 출연으로 사전 정보가 많지 않았지만 가사 중 ‘집값은 천정부지/ 물가는 고공행진 / 취업은 바늘구멍 / 자수성가 옛날 옛적’은 지금 세태를 꼬집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집값을 보자. 지금 시세로는 소득 대비 매입이 어려울 정도다. 특히 젊은 계층에 다가갈수록 절망감마저 들 정도다. 집값 문제는 결혼에도 영향을 끼치는 중대 사안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젊은층의 결혼에도 지장을 줄 정도다. 저출산 가속화가 예상된다. 집값이 올라 이전처럼 남자가 집값을 전적으로 부담하던 시기는 끝났다. 남자와 여자 각자 부담이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래도 집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다.

집값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오름세가 14개월 이상 지속되며 최장기간이란 불명예 훈장도 달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기조와 보조를 맞춰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저금리로 집값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물가 역시 오르긴 마찬가지. 아직 견딜만한 수준이지만 그간 많은 돈이 풀렸고 경기 회복으로 수입 원자재 값이 오르는 등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최근의 물가는 실생활과 관련한 것들도 꽤나 있어 서민들 삶이 팍팍해질 지경이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올해 2분기에만 11.9% 뛰어올라 1991년 12.5%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가장 최근 통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도 특히 사과는 60.7%, 계란은 57.0%나 1년 전보다 급등했다.

결국 한은은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1%로 0.3% 포인트 높였다.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2%를 웃돌고 있는 월간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연속 오른 생산자물가지수 등을 한은이 확인하고 예상보다 강한 물가 상승세를 인정한 셈이다.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도 큰 편이다.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2.4%)은 2018년 12월(2.4%) 후 2년 8개월 내 가장 높았다. 전·월셋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으니 물가는 부동산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이 전보다 훨씬 어려워 졌지만 특히 젊은 층의 취업난 개선이 구조적으로 요원하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기업이 활성화돼 민간 영역에서 인력 수요를 늘게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창업을 활성화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들이 새로운 영역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자영업이 가장 힘든 상황이지만 자영업 경쟁력를 강화할 수 있는 질적 방안을 지속 내놓고 서비스업에서도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졸업자 10명 가운데 3명은 '청년 백수'이고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청년이 28만 명이란 점을 가볍게 생각해선 안된다.

이래 저래 신분 상승의 선순환 사다리도 멈춘 지 오래다.

트로트 단역 출연 제안에 고심이 됐지만 글만 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작품에 민폐가 되지 않길 바라며 출연 제의를 받아들여 경험부족에도 나름 최선을 다해봤다. 지금의 현실을 풍자한 가사가 와닿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비롯되는 고통을 노래는 흥으로 잡아낸다. 가수 김정민은 유명한 국악 명창이기에 ‘한’과 ‘흥’으로 비참한 현실을 술술 풀어낸다. 열받을때 비벼 / 짜증날때 비벼 / 옛다 모르겠다 / 비비고 비벼.

후렴구는 흥이 나고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섞어 섞어 섞어 / 비벼 비벼 비벼 / 먹어 먹어 먹어 / 날려 날려 날려.

대선 주자들이 현실 문제를 풀어내는 비전과 실천방안이 약해 보인다. 대선 주자들이 더 국민에게 다가가는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한많은 비빔밥 가사에 대선 주자 모두가 선명히 내놓아야하는 과제들이 들어 있다.

‘집값은 천정부지 / 물가는 고공행진 / 취업은 바늘구멍 / 자수성가 옛날 옛적’. 이 네 가지 부문만큼은 명확히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동영상 보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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