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정중동' 이재용, 경영활동 확대할까
[초점] '정중동' 이재용, 경영활동 확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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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출소 이후 '조용한 행보'
추석 연휴 해외 출장길 오를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박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출소한 이후 공식적인 외부 활동은 자제하며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잇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놨지만 취업제한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질 수 있는 재벌 특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시민단체들이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규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의 반발이 있는 만큼 당분간은 최대한 몸을 낮춘 조용한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가석방 출소 이후 경영에 복귀해 주요 현안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 부회장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경영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출소한 뒤 광복절 연휴를 전후로 건강을 회복한 뒤 적극적인 현장 경영 행보를 펼 것으로 예상해왔다. 정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과 관련, 경제 회복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특사로서의 역할을 주문한 만큼 반도체·바이오 사업장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이 부회장은 출소 이후 11일 만에 단일 기업 사상최대 규모인 '240조 투자·4만명 고용 3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 경영 등 공식적인 외부 활동은 신중한 모습이다. 실제 이 부회장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9일, 26일과 이날까지 3차례 걸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관련 재판에 출석한 것과 지난달 26일 고(故) 고계현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 빈소를 찾은 것이 전부다. 이 같은 활동들은 회사 경영 활동으로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부회장은 출소 당일 서초사옥에서 경영진들과 만난 뒤 최근 발표한 투자·고용 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여러차례 경영진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며 최근에는 수시로 서초 사옥과 수원 본사를 찾아 사업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투자와 백신 확보 지원 등 산적한 과제와 주요 사업 현안을 들여다 보면서 처리하되 외부로는 노출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서 제기하는 취업제한 논란 등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현재 가석방 신분인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여부에 대한 공방이 연일 뜨거운 상황이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지 않고 구금 상태에서만 풀려나는 것이어서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할 수 없고 해외 출국 또한 법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14조에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을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은 몇 년째 무보수이고 비상임, 미등기 임원"이라며 "주식회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서 최종 의사 결정을 하는데 이 부회장은 참여할 수 없어 취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최근 "이미 석방된 상황에서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다"라며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혔으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7개 단체는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부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도착해 경영 현안을 보고 받고 지난달 24일엔 삼성그룹 투자·고용 방안을 발표했다"며 "이는 삼성전자에 취업한 것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당 합병·회계부정 등 또 다른 2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것도 이 부회장에는 부담이다. 이 상황에서 논란을 최소화하고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이 부회장이 당분간 '잠행모드'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3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을 때도 한 달 넘게 외부 일정을 갖지 않다가 45일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삼성이 반도체·바이오 분야 등 미래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데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등 각종 사업 현안이 산적한 만큼 이 부회장이 천천히 경영 보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매년 명절에 해외 사업장 점검이나 주요 거래처 만남을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선 만큼 올해 추석 연휴에도 해외 출장길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취업제한 관련 논란이 계속되면서 이 부회장의 부담이 클 수 있다,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유지하며 대외활동에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삼성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와 맞물려 백신 확보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출장 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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