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코로나19 후유증 어쩌려고
[홍승희 칼럼] 코로나19 후유증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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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전 세계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전반적으로 교역이 줄고 생산 활동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가별, 기업별, 개인별 편차도 커지고 있다.

백신개발에 성공한 일부 바이오 기업이나 사회 봉쇄로 인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보통신산업, 인터넷을 이용한 콘텐츠 제공업체 등이 뜻밖의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소비는 일부 업종에만 쏠릴 뿐 대부분의 소비가 위축되며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대다수는 판매부진에 허덕인다. 그런 까닭에 일자리를 잃고 빈곤으로 내몰리는 인구도 급증했다.

특히 한국처럼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사회는 국가 전체로는 경제성장률에서 선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의 몰락이 점점 위험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다. 초기 전면적인 봉쇄를 단행하지 않음으로써 팬데믹 위기에 잘 대처한 편에 속하는 한국이지만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고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이 늘어나면서 방역대책의 수위가 차츰 높아지자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치에 다다른 듯하다.

그간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정부 시책에 호응해왔던 자영업자들이 드디어 정부에 수위조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은 그 규모가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에게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로 인식될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크다.

기획재정부는 '기획' 기능 대신 '재정'의 안정성에만 지나치게 매달리다보니 전시상황과 진배없는 팬데믹 상황에 융통성이 부족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기재부의 태도가 외환위기 트라우마 때문인지 아니면 ‘모피아’라는 별명처럼 권위적 부처 이기주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곳간의 주인인 국민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데 곳간 열쇠를 틀어쥐고 재정 안정성의 중요성만 강조하며 요지부동인 게 적절하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이대로 가면 팬데믹 상황이 종식됐을 때 중산층이 얼마나 살아남아 있을지 걱정스럽다. 산업현장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은 기존 자산들을 처분하며 사업장을 지탱하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그나마 한계에 다다라 폐업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는데 부동산이나 증권 등 자산시장은 오히려 팬데믹 상황에서도 활기를 띠고 있어서 더 염려된다.

경제적 위기를 겪을 때마다 중산층이 깎여나가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현재 진행되는 속도가 크기가 자칫 사회적 성장 동력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위축시키지는 않을까 싶은 것이다. 과거 일본이 잘 나가던 시절에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이라는 말을 들으며 버블경제를 키웠던 일본이 플라자 합의를 통한 미국의 금융공격 한 방에 침체의 늪으로 빠져 20년 넘게 침몰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음을 한국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중산층 붕괴현상은 이번과 같은 경제위기를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분배기능이 취약한 국가일수록 그런 현상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중산층 붕괴는 사회적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며 나아가 계급, 계층 분화를 심화시킨다. 또한 내수시장을 쪼그라들게 만들어 경제토대 자체를 매우 허약하게 만들어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팬데믹 상황이 끝나면 전 세계적으로 경제구조는 크게 바뀌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지를 정확히 예측할 능력이 필자에게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의 경제이론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누구라도 쉽게 전망해 볼 수 있다.

국민 개개인들도 물론 변화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가야 할 지혜가 필요하겠지만 국가 경제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이들 또한 기존 이론과 경험에 의존한 고정관념을 깨버려야 할 것이다. 전통 제조업이 완전히 사라질 일은 없지만 산업의 중심에서 홀로 우뚝 설 일 또한 없어질 것이다. 첨단산업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기업 수명도 점점 더 짧아질 것이다. 쉽게 생기고 쉽게 사라지는 산업과 기업의 짧아진 호흡에 맞는 정책적 대비가 요구된다.

그런 만큼 개개인의 노동기간도 짧아져 갈 것이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잘 기억은 못하지만 1980년 무렵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글 중에 정보통신사회가 도래하고 그러면 일자리도 줄어들어 10%의 인구만 노동하고 그 대가로 전체가 먹고 살 것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당시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개개인이 10~20년 일하고 그 대가로 평생 살아간다는 뜻이었다. 실제로도 요즘 취업시장에서 실제 노동기간은 그만큼 짧아졌다. 다만 그 대가로 남은 생을 충분히 살 수 있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은 숙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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