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DLF 판결' 항소···사모펀드發 중징계 분쟁 '2라운드'
금감원, 'DLF 판결' 항소···사모펀드發 중징계 분쟁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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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부실' 다툼 여지 판단···책임론도 작용
하나금융도 유사 소송 진행 중···후속 파장 예상
완전민영화 앞둔 우리금융 난감···정치권 압박↑
금융감독원 (사진=서울파이낸스 DB)
금융감독원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금융감독원이 'DLF(파생결합펀드) 행정소송' 1심 판결에 항소한다. 법원이 1심에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우리은행 내부통제 문제를 지적한 만큼 항소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번 판단에는 항소를 포기하는 경우 휩싸일 수 있는 '책임론'과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현재 하나금융에 대해서도 비슷한 안건으로 소송을 진행 중인 데다가 앞서 대신증권 등 금융사 전·현직 대표에 사모펀드 관련 징계를 내릴 때마다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주요 카드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항소장과 함께 완전 민영화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둔 우리금융의 소송 2라운드가 본격화된다. 항소심에서는 법원이 유일하게 처분 사유로 인정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취소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월 금감원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은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DLF 사태에 손 회장의 책임이 있다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리며 DLF의 불완전판매가 내부통제 부실과 무리한 경영압박 등에 따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손 회장과 우리은행 측은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책임을 이유로 경영진을 징계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맞섰고, 법원에 징계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CEO들이 개별 투자상품의 판매까지는 세세히 관여하지 않는 의사 결정 구조인 데다가 DLF 사태 이후 사후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감원에 CEO 중징계 재량권이 있고 내부통제 기준 미비에 대한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판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손 회장이 금감원이 앞서 지적했던 내부통제 규범·기준을 위반했다고 보면서도, CEO의 의무가 내부통제기준 마련이지 준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1심 판결문이 공개된 후 '항소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금감원 징계 이유 중 하나만 처분 사유로 인정했고 2심까지 패소하게 되면 금감원의 제재·감독 권한이 지금보다도 위축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시민단체 등에서 항소 촉구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판단의 저울추가 결국 '항소'로 굳어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 12명은 성명을 통해 금감원의 항소 결정을 촉구했다.

앞서 경실련, 참여연대를 비롯한 6개의 시민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DLF 소송 결과에 대한 금감원의 항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금감원이 이번 판결을 금융회사와 그 임직원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의 빌미로 삼으려고 하는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즉시 항소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준법 경영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LF 소송을 둘러싼 목소리가 많다는 것은 바라보는 눈도 많다는 의미다. 다른 금융사 CEO 징계 등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최종 징계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도 해당 사안에 대해 "금감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전체회의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한 후 향후 대책을 마련할 전망이다.

하나금융그룹도 DLF 소송 향방에 영향을 받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항소를 결정하게 되면 같은 이유로 제재조치를 받은 함영주 전 하나은행장에 대한 징계도 유효하다는 의미"라며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와 관련된 증권사와 은행의 전·현직 CEO 등의 징계 문제가 한동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명분론을 택했다며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금감원이 항소를 결정하면 손 회장을 포함한 CEO들에게 내린 중징계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2심에서 내부통제기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바뀔 경우 완전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손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 부담감이 높아진다. 게다가 국회에서도 비판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 손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소송이 CEO 제재의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금융권·당국·정치권·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DLF 소송 관련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금융사와 CEO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라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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