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양적완화' 시대···美연준, 11월 테이퍼링 시사
저무는 '양적완화' 시대···美연준, 11월 테이퍼링 시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월 "이르면 11월께 개시···내년 중반경 종료 적절"
연준 위원 18명 중 9명 "금리 인상, 내년 이뤄질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전경. (사진= 픽사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전경. (사진= 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곧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 회복의 진전이 이어진다면 오는 11월께도 테이퍼링이 개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연준은 현재 '제로금리'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면서도, 당초 내후년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금리 인상 시기도 내년에 가능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회의(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동결(0.00~0.25%)하고, 자산매입을 기존의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앞서 연준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경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국채 800억달러와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 등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달 매입해 왔다.

이번 연준의 정책 결정은 변경된 내용이 없었지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신호는 더욱 강해졌다. 연준은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물가·고용에서의) 진전이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계속되면 위원회는 자산매입 속도 완화가 곧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테이퍼링 도입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파월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 입안자들은 곧 채권 매입을 늦춰야 할 때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내년 '중반경(around the middle of next year)' 종료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면서 "테이퍼링 시행 기준 충족 여부는 빠르면 다음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대규모 양적완화 시대를 조만간 마무리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테이퍼링 진전에 대한 의견이 대체로 예상 수준에서 이뤄졌으나,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년 중반경 종료 언급' 등은 예상보다 더욱 강한 매파적 메시지였다는 평가다. 또한 오는 11월부터 테이퍼링이 본격화하면 내년 중반께는 테이퍼링이 완료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준이 매달 채권 매입 규모를 150억달러씩 줄여나가는 시나리오라면 8개월 후인 내년 7월에는 채권매입을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

조기에 테이퍼링을 도입하고,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매파적 의견이 FOMC 내부에서도 지배적인 의견으로 대두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리 인상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점도표(Dot graph)로 보면 내년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위원들이 전체 18명 가운데 9명으로 3개월 전 7명에서 2명 늘어나 절반을 차지했다. 내년 금리전망치 중간값은 지난 6월 0.6%에서 1%로 올라섰다. 내후년인 오는 2023년까지 금리는 최소 3차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지난 6월 점도표보다 1차례 늘은 것이다. 또한 2024년 전망치도 새롭게 공개됐는데, 중간값은 1.8% 수준으로 같은 해 금리가 최소 3번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경제전망(SEP)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직전 전망인 7%보다 1.1%포인트(p) 낮은 5.9%를 기록할 것으로 하향 전망했다. 반대로 물가(3.4%→4.2%)와 실업률(4.5%→4.8%) 전망치 중간값은 상향 조정했다. 파월 의장은 "'상당한 추가 진전'이 거의 달성됐다고 보고 있으며, 다음 고용지표는 양호한 수준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테이퍼링 시기 및 속도는 정책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신호로 의도된 것은 아니다. 경제가 계속 강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만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11월 테이퍼링 발표를 시사한 결과"라며 "연준이 150억달러씩 자산매입 규모를 감축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점도표를 볼 때 9명의 위원들이 내년중 금리 인상을 전망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파월 의장은 동결을 주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은 "테이퍼링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점도표상 정책금리 인상횟수 상향, 올해중 국내총생산(GDP) 전망 하향, 인플레이션 상향 조정 등 예상에 매우 근접했다"면서도 "내년중 정책금리 1회 인상과 동결이 전체 18명 가운데 9명씩 나눠지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최근 도산 위기에 놓인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문제는 미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은행들은 헝다의 부채 문제에 직접적으로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며 "헝다의 상황은 신흥국들에 많은 부채를 짊어진 중국에만 매우 특별한 문제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